잔잔 방/스크랩북

20 학교수업, 혹은 교육에 관한 고찰

 잔잔 2015. 8. 26. 13:39

 

 

고등학교에서, 나는 도서부였다. 그래서 도서실에 있는 일이 많았었는데,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혼자 공부해도 되지 않을까?’

고2때는, 책 속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때로는 도서실 구석에서 책을 읽으면서 수업에 들어가지 말까하는 충동을 겪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때의 나에게 수업은 단순히 지식을 전해 받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간의 학교생활동안 선생님들께 받아온 사랑이나 관심을 무시할 생각은 절대 없지만, 수업이란 대체로 나에게 그런 의미로 더 강하게 인식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학교 수업이 이래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신 분이 계셨다. 우리학교 작문선생님이셨다.

 

 

1.수업을 왜, 들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에 대한 생각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수업을 왜 하는지 모른 채로, 수업에 임했다고 볼 수 있다. 학교에 잘 다니는 착실한 학생이었던 나는 수업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고민은 아예 생각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는 게 맞다. 밥을 왜 먹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은 것처럼, 수업을 왜 듣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살펴보건대, ‘수업을 왜 들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아마도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전에 먼저 짚고 갈 문제가 있다. 나는 수업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당위성에 대한 근거를 댈 수 없었음을 미리 밝힌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라는 문구를 달아 보니, 그 문제는 내가 생각하기엔 아직 벅차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수업의 당위성이 아닌 수업의 가치에 대해 살펴보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찾은 수업의 가치는, 따지고 보면 정규수업 밖에서 발견되었다. 2학년 여름방학 때, 나는 작문선생님과 친구들 열댓 명이서 당시의 사회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문스크랩공책을 만들어 자신의 생각을 적고, 관련 책이나 자료를 찾아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식적으로 하는 것보다 진짜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선생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열심히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업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 우리는 수업을 통해, 삶에 꼭 필요한 문제나 지식들을 다루고 함께 소통하면서, 자신이 놓여있는 현재의 상황을 소외시키지 않으며, 배움이란 평생에 걸쳐 해야 할 일임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나의 능력과 다른 사람의 능력을 나누면서 삶을 더 윤택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좋은 수업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자신이 왜 이 수업을 듣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과 더불어 또 느낀 것은, 내가 경험한 가치 있는 수업이 사실상 현재 교육과정 안에서 실현되기 어렵고, 드물다는 것이었다. 2학년 여름방학 때 들은 수업에서는 거창하게 필요한 것이나 특별한 교수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왜 가치 있는 수업이 어려운 것일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수업을 들을 수 없게 하는 것일까?

 

 

2. 가치 있는 수업을 방해하는 것들 -첫 번째 과제를 통해 발견했던 관계의 문제 다시보기

 

나는 삶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많은 것들을, 보통 ‘나’라는 체에 걸러 받아들이는 편이다. 따라서 내가 다시 토해내는 말이나 글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심각한 오류에 빠져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 점을 늘 염려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러한 나의 태도를 생각하며,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①학교(사회)-교사(학교)의 관계 문제

영화 「패치아담스」를 보면 주인공 패치는 병원과 의사의 모습ㅡ환자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권력과 명예에만 집착하는ㅡ에 실망한 나머지 자신이 직접 의사가 되어 의학에 사랑과 웃음을 더한 치료를 위해 병원을 세운다. 이 영화는 병원과 의사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학교와 교사의 문제도 관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알 수 없는 권력과 자본으로 뭉쳐진 모든 사회시스템들에게 해당하는 얘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패치는 사회의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을 서슴지 않는다.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이러한 그의 노력은 주변사람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현재 사회에서 문제를 빚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들은 왜 좀처럼 바뀌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교육하는 세대와 교육받는 세대와의 관계에서 볼 때, 교육은 언제나 미래보다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수행될 수밖에 없다는 체제유지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제도교육은 더욱 그렇다. 제도교육을 세대간의 관계가 아닌 사회구조적 관계에서 보아도 그것은 보수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기존의 제도나 사회구조, 문화조건 속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면서도 그런 기존의 질서나 구조가 바뀌기를 스스로 바라는 기성집단은 아마 드물 것이다. (주영흠, 박진규, 오만록, 2007) 그렇다면 교육이 특정권력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제도화되면서, 융통성과 유연성을 잃어버린 채 경직된 것일까?

하지만 기성세대에게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지금의 획일화되고, 경직되어 좀처럼 유연하지 못한 교육의 원인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또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교사는 의사나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 직종에 속하지만 그들과 달리 공무원이라는 또 다른 직책도 갖게 된다. 왜 교사는 공무원일까? 교사에게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혹시 공무원이라는 일정한 틀이 정해지면서 현재 우리 교육이 이렇게 획일화 되고 딱딱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나친 비약이라는 것은 알지만 말이다.

하지만 공무원인 교사에게 주어지는 수업 외의 업무들이 우리 교육의 질을 떨어트렸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교사가 많은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수업 외의 업무를 학교에 부과할 때 발생하는 문제 등을 엄격히 검토하지 않고 업무를 부과하는 상급기관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면 학교가 당연히 가르쳐야 하고 그것이 교육이라고 믿는 통념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서근원, 2003) 교사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임무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것은 교사의 기본으로 여기고 더 많은 일들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고초를 겪게 된다. 심지어 어떤 때는, 교사가 선생님이 아닌 공공기관의 직원으로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학교와 교사는 함께 수업의 질을 높여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지, 어떠한 지시를 내리고 그 지시에 따르는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학교-교사, 사회-학교 간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함을 느낀다.

우리가 만들고 이끄는 지금의 ‘학교’는 애초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기본 모델로 한 것이 아니라 ‘공장’을 닮았고, 그 공장은 다시 ‘군대’를 닮아있다. 그것은 사랑과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수평구조가 아니라 명령과 복종을 기본으로 하는 수직구조이다. (강수돌, 2003) 교사가 공공기관의 직원으로 전락해버린 데는 학교의 이러한 구조 탓도 있다. 학교가 관료집단으로 변모하여 학생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은 학교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단, 교사가 진짜 해야 하는 일,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교사에게 제대로 맡기는 것이 현재 학교의 삐뚤어진 모습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②교사-학생의 관계 문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왕성한 생명대사 작용이 일어난다. 헌데 교사의 생명밀도가 아이들과 똑같다면, 아무 흐름도 없게 되어 아이들의 자람은 정체한다. 교사들의 생명 상태야말로 아이들의 자람을 좌우하는 더 없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김훈, 2005) 교사는 많은 부분에서 학생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 교사도 의사처럼, 아이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지식이나 정보전달자로서의 교사의 존재가 중요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교사들은 그러한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아이들은 이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에 접속해 책이나 비디오 자료 등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교사들에게는 여전히 할 일이 남아있다. 그것은 수많은 자료들이 알려줄 수 없는 것들, 가치 있는 그리고 함께 하는 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누군가는 미래사회에서 학교는 그 기능을 점차 잃어 쓸모없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가 가치 있는 배움, 함께 하는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면, 학교야 말로 미래사회에서가장 중요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기 전에 진정한 배움의 가치와 기쁨이 어떤 것인지 먼저 느껴야 한다. 행복한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양희규, 2005) 교사는 이렇게 교육할 준비를 한 후에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지적열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교사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해도 아이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부할 열정을 키우게 할 수 없다면 그 지식들은 무용지물이 아닐까.

좋은 수업을 위해서 우리는 현재의 교사-학생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통념을 뒤집어야 한다. 바로 이탁오의 분서에 나오는 가르침대로 말이다. “만약 친구라서 사배를 올리고 학업을 전수 받을 수 없다면, 필시 그와 친구가 될 수 없다. 스승이라서 마음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지 못한다면, 그 또한 그를 스승으로 섬길 수 없다.” 이것은 교사에게 예의 없이 대하라는 게 아니다. 스승과 친구를 넘나드는 관계 속에서 진정한 배움이 자라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는 한 책의 제목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진리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③교육 과정과 평가의 문제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반 친구를 빈대 코라고 놀리자 ‘어떤 코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코일까?’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윤구병, 1995)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예쁜 코’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에 대한 토론까지 이어졌다. 교사의 주관적인 판단 아래 이루어진 수업의 한 과정이었다. 서울에 사는 여학생의 약 50%가 성형수술을 할 생각이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본적 있다. 저렇게 어렸을 때부터 미(美)에 대한 생각을 확실히 해두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2년간 거쳐 온 교육과정을 돌아보니, 내가 배웠던 교과의 대부분이 우리네 삶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삶의 기본 바탕이 되는 기초지식들에 대한 학습은 어떠한 경우든 부정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학습들은 왠지 형식적인 지식의 주변을 멤 돌기만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교과서의 문제일까? 각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목별 교과서는 통합성과 현실성문제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긴 하지만 내가 느낀 이 점은 교과서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교육학개론 시간을 예로 들어보면 현재의 교육과정방침으로 인해 수업 중에 발생하는 딜레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한 학기동안 배워야 할 분량이 정해져 있고, 정해진 시간동안 그 분량의 학습을 마쳐야 한다. 이 때문에, 진도를 맞추기 위해 수업에서는 책의 진도와 큰 관계가 없는 부분들ㅡ예를 들면 현재의 교육평가에 대한 생각 토론하기,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사상 발표하기 등ㅡ은 뒤로 밀려나게 된다. 수업에서 그 부분들은 그 부분들대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해, 책의 내용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도 역시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진도 나가기와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 그 이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속에서, ‘교사는 가르쳤지만 아이들은 배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평가는 좋은 교육을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좋은 삶을 위한 수단이었던 돈이 어느새 삶의 목적으로 변한 것처럼, 평가 또한 교육의 목적으로 변질된 것 같다.

MBC스페셜 ‘네 꿈은 뭐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스웨덴의 푸트룸학교 아이들은 수학교과서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의 문제들을 골라서 풀었다. 그럼 이 아이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우리나라에선 같은 시험지로 평가하겠지만, 거기선 그렇지 않았다. 각각의 수학실력에 맞는 문제들로 평가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동그라미 문제(쉬운 문제)에서 별문제(어려운 문제)로 넘어가기 위해 서로 도우며, 스스로 애썼다. 나는 이것을 보며 다양한 아이들에게 하나의 평가 기준 잣대를 대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의 우두머리인 수능을 떠올렸다. 수능은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나는 평가영역의 치우쳐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수능을 통해 우리의 12년 간 학습 달성도를 확인하고 반성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에 대한 평가만으로 그것이 가능할까? 교육평가의 영역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상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 것은 학생에 대한 평가뿐인 것 같다. 집단으로서 교사 전체는 교실과 수업에 대해 전문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반드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조용환, 2003) 교사평가제도에 대한 문제는 많은 논란이 되어왔지만 그것은 방법의 문제에 있는 논란이었고, 교사평가 자체는 실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평가의 주체는 교장, 교감선생님이 아닌 학생과 동료교사여야 할 것이다.

수단으로서 평가는 교육목적의 달성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에게는 학습에 대한 긴장감을 주면서 동기유발이 되고, 교사에게는 학습지도의 방법 등 자신의 수업을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로써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말이다.

 

 

3. 문제해결 방법, 찾아 헤매기 - ‘헤매는 것’의 아름다움

 

「패치아담스」의 패치는 정신병원에 제 발로 찾아간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삶을 헤매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 그는 꿈을 정하고 앞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도 계속해서 헤맨다. 동료의사들과, 교수들과 심지어 자신의 환자들과도 마찰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국 그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답을 발견해낸다. 영화는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는 현재 ‘기쁨이 삶의 방법인 공동체, 배우는 게 가장 높은 목표이고, 사랑이 궁극적인 목적인 곳’, 게준트하이트(Gesundheit) 안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ㅡ그의 말대로 하면, 그는 환자가 아니라 인간을 만나고 있다.

1970년대부터 등장한 재개념주의자들은 전통교육에 대해 비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대안교육운동에 참여하고 계시는 분들 역시 현재의 교육체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존의 통념과 전통의 반대편에 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도전은 늘 불안하기 마련이고, 허점투성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은 늘 헤맨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없다면 결국 새로운 답을 찾을 수 없다. 나는 좀 헤매더라도, 함께 헤매다 보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우리교육도 이리저리 헤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의 학교수업에서 좋은 선생님들에게서 받은 가르침만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좋은 선생님이든 나쁜 선생님이든 간에 어떠한 가르침을 받았고,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무서운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꼭 좋은 교사에게서만 무언가를 배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와 도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참고자료

주영흠, 박진규, 오만록(2007). 신세대를 위한 교육학개론 학지사.

김훈(2005).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학교 쓰리라이프.

서근원(2003). 수업을 왜 하지? 우리교육.

윤구병(1995). 실험학교이야기(새로운 공동체로 가는 길) 보리.

강수돌(2003). 강수돌교수의 ‘나부터’ 교육혁명 그린비.

양희규(2005).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 가야넷.

교육학개론 10장 발표 조(2008). 수능, 파헤치기 보고서.

톰 세디아(1998). 영화 패치아담스

최병륜 기획(2008) MBC스페셜 네 꿈은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