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빨랫줄

부부의 싸움에 대한 독백

 잔잔 2016. 5. 16. 09:36

작년엔 그랬다.

싸움들로 인해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고 그것들이 둘 사이의 거리감을 만드는 게 싫었다. 속상했다. 단 1cm의 거리도 용납할 수 없었다. 어느순간부터 싸울때 지기싫고 사과하기 싫고 그런 마음들이 자라났다. 그래서 쌩쌩에게 말했다. 어떤 싸움이건 분명 나도 미안한 부분이 있기때문에 그걸 알고 미안하다고 전하는 게 내 맘이 편한데 이제 그게 잘 안된다고. 그냥 내 맘 불편한채 상대방도 불편한채 어영부영 넘어가고 그런것들이 모여 벽을 쌓아갈 것 같다고.

 

그런데 또 열심히 싸우면서 그러다 문득 올해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 1cm의 거리도 허용할 수 없는, 하나, 일체감에 대한 나의 욕심이  보이는 거다. 나와 그는 분명 다른 존재고 그 차이들로 우리는 만났고 사랑하며 살고 있는데,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싸우다보면 그 서로의 차이들이 징그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 우리는 괴물이 된다. 예를 들어 그의 청소와 나의 청소는 다르다. 그의 청소가 단 1cm의 오차도 없이 나의 청소와 같아지기를 바라는 순간 싸움이 일어난다. 그러다 결국 서로 상대방이 징글징글하다고 외친다. 미안하다고 내가 심했다고는 못한다.

 

 

 

 

(최근의 싸움을 마치고 밤에 혼자 마음을 달래며 무도를 보다가 저 멘트에 눈물이 왈칵 터졌다.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그리고 계속 보다가 반대로 그런 생각도 했다. 숨겨져있던 나의 이런 모습을 쌩쌩이 끄집어 내는건가 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순간 그렇게 쌓인 1cm들이 어느새 그와 나를 따로 떼어놓고 보게 하는 거였다. 함께한지 5년이 지나 이제서야 조금 떨어져서 그를 바라본다. 

 

그랬다.

그 거리감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전엔 혼자 놀고 있는 쌩쌩에게 심심하다고 같이 놀자고 그랬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각자만의 보물을 만들고 쌓아갈 시간이, 거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다시 함께 하는 순간에 그것들을 나눌 수 있다면 되는 거니까.

 

5월18일이 이틀남았다. 결혼식을 한지 3년이 되는 날. 함께 사랑의 성숙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당 > 빨랫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의 싸움에 대한 대화  (0) 2015.07.07
식기세척기?  (2) 2015.01.05
식기세척기  (0) 2014.06.29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0) 2014.06.19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0) 201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