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 방/공책

예자오옌<화장실에 관하여> 조성웅 옮김

 잔잔 2018. 7. 4. 16:36

 

 

예자오옌叶兆言 <화장실에 관하여关于厕所> 조성웅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학교 도서관에서 중국문학서가쪽을 서성이다가 제목이 맘에 드는 소설집을 몇권 뽑았다. 그리고 맨 먼저 예자오옌의 단편소설집에서 <화장실에 관하여>를 뽑아 읽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자가 좋아서, 장자의 이야기들이 좋아서 중문과에 편입해 공부하고 있다. 크고 거대한 중국의 역사와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고 싶다. 그러나 내가 읽었던 중국문학작품은 손에 꼽는다. 중고등학교때는 거의 일본문학을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론 중국작품들을 틈틈이, 꾸준히 읽어볼 계획이다.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는 우선 부끄럼을 많이 타고, 눈이 크고, 흰 피부에 연지빛 혈색이 도는 양하이링이 공장에 첫출근하던 날로 시작한다. 그녀는 공장내에서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이 상하이 파견을 가게 된다. 그리고 화장실을 찾다가 찾다가 끝내 길에서 오줌을 싼 양하이링의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언젠가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나'가 등장한다. 그러더니 고서들을 인용해가며 오줌의 중요성과 오줌눌 때 주의사항 등을 나열하기 시작한다ㅋㅋㅋㅋ

 

 

101-102

몇 가지 예를 들면 <오진록>에는 오줌을 눌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1. 눈을 부릅뜨고 오줌을 눠야 한다. "눈의 검은 동자 부분이 신장에 속하므로 눈을 뜨면 신장의 열을 발산하는 것이다."

2. 소변 볼 때는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는 신장의 내부에 속하므로 소변을 볼 때 신장을 수축하게 함으로써 내부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

 

<저향소품>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소변을 눌 때마다 입을 닫고 이를 악물면 영원히 이에 병이 나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또 <보원록>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배가 부르면 서서 오줌을 누고 배가 고프면 앉아서 오줌을 누는데, 이는 배가 부르면 오줌이 막힘이 없으려고 하고 속이 비면 움츠려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청나라 조정동은 <양생수필>에서 이렇게 썼다.

"대변을 본 후 음식을 조금 먹는 것은 부족한 기를 보충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포식을 한 후 바로 대변을 보았다면 끓인 음료를 마셔서 그 기를 조화롭게 하거나 평상에 앉아 잠시 졸다가 기가 안정된 다음에 일어나야 한다."

도는 똥오줌처럼 천한 것에 있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였다. 런핑 선생이 지은 <중국민간의 금기>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오줌 누는 장소에도 금기가 있다. 보통 민간에서 오줌은 변소처럼 눈에 띄지 않는 정해진 곳에서 누게 돼 있다. 아무데서나 대소변을 보는 것은 금기시된다. 대소변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도록 돼 있다. 키르기즈족 사람들은 집이나 천막 부근에서 대소변 보는 일을 엄금한다. 카자호족 사람들도 파오 부근이나 양 목장, 낙타 우리에서 대변보는 것을 불결하고 비위생적이라고 금기시한다. 경족은 통발에 대소변을 보는 것을 금기로 한다. 위구르족은 묘지와 청진사 내, 제방이나 부엌등에 대소변 보는 것을 금기로 한다. 다우르족은 어린아이가 소나 말 우리 안이나 잿더미 위에 대소변 보는 것을 금기로 한다. 보통 이런 곳에 대소변을 누면 엉덩이에 종창이 난다고 여긴다. 오르존족 사이에서는 개울에 소변을 보는 것이 금기이다. 이 금기를 어기면 저승 염라대왕과 귀신들이 그 사람에게 물과 오줌을 분리하게 한다는 것인데 그런 일은 무척 곤혹스러울 게 틀림없다. 오원커족은 외부인이 구들 위에 오줌을 싸서 요를 적시는 걸 가장 금기시하는데, 이런 행위를 그 집안의 불을 끄는 것과 동일시하여 후손을 끊기게 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족 등의 민족은 묘지에 대소변을 보는 것을 금기시한다. 대개 연고 없이 마구 널려 있는 공동묘지는 귀신이 쉬는 곳으로 여겨 이곳에 대소변을 보면 귀신을 불러낼 수 있다고 보았다. 분노한 귀신이 똥오줌을 싼 사람에게 병을 내리거나 급사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부뚜막에서 소변을 보거나 화로나 장작에 오줌을 누는 것도 부뚜막신을 욕보이는 것이라 하여 두려워했다. 

 

 

그리고 대소변을 가리는 인간의 위대함, 화장실의 발전, '여자변기'의 발명  등등에 관해 쭈욱 이야기한다. '나'는 17년전 그때 양하이링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를 위해 바지를 벗어주었었다. 양하이링은 그 사건 이후 공장에서 벙어리가 되었고 냉랭한 사람이 되었다. 공장에는 곧 소문이 퍼졌고 그녀는 공장을 벗어나고 싶어했다. 때마침 대학입시제도가 부활해 양하이링은 공부를 시작하고 '나' 역시 입시공부를 함께 시작한다.

 

'시험문제와 곧 다가올 시험날짜 말고는 이 세계의 모든 일이 당분간 우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123

 

그렇게 동지가 되어 공부한 끝에 둘은 모두 대학입학하고 연락이 끊겼다가 3년뒤 함께 공장에 놀러간다. 그러나 주임이 또 상하이 갔을 때 이야기를 꺼내고. 양하이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지만, 공장을 나오면서 "이 귀신같은 곳에 다시는 오나봐라" 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소자산계급으로 문화대혁명[각주:1] 당시 부모님이 조리돌림당하는 걸 보게 되고, 또 부모님은 공공화장실청소를 하게 된다. 결벽증이 있던 어머니는 청소에 매진했다. 어느 날 똥통에서 달걀 하나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큰 사건이었다.

 

'해방 이전, 우리 빈민들은 배불리 먹지 못했고, 따뜻이 입지 못했으며 결단코 달걀도 화장실에 버리지 못했다! 이는 계급투쟁의 새로운 방향이다!' 134 

 

계급의 적이 우리에게 하는 시위다, 라며 사람들은 달걀을 씻어서 나눠먹고 토한다...훗날 한 여배우가 남친과 싸운 후 그가 선물해준 달걀을 홧김에 버린 것이라 폭로하고 사건은 종결ㅋㅋㅋ

 

'나'의 집은 좋은 양옥이었고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있었다. 하지만 집에 있던 변기가 고장나 수리를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변기는 부수어 진다. 그리고 공공화장실을 쓰게 되는 '나'와 가족들.

부모님의 화장실청소가 끝난 뒤 깨끗했던 화장실이 엄청 더러워졌고 어렵게 민원을 넣어 청소하지만 금새 또 엄청 더러워진다(더러움에 관한 디테일한 묘사를 하면서 국제관례에 따르는 화장실악취의 등급, 기준에 관한 이야기를 또 막 한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이 불타버린다. 때는 마침 탕산 대지진(1776 허베이성 탕산 일대에 일어난 7.8규모의 강진)이 일어난지 얼마 안 된 때 였고, 화장실에 불이 화르륵 일어나자 사람들은 지진 방공호로 피했다. 

 

'세계의 종말을 방불케 하는 혼란이었다.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왔고 긴장과 공포가 이어졌다. 전기는 이미 끊겼고 어둠 속에서 불길이 치 솟아 곳곳에 선 사람들이 죄다 나서서 길을 안내하고 어럽게 지휘했다. 소방차는 금세 큰 지진 방공호 구덩이에 빠져서 옴짝달짝 못했다.' 147

 

화장실이 불타버린 날을 묘사하던 '나'는 다른 화장실 화재사건에 대한 신문기사 2개를 인용하고 다시 양하이링의 이야기로 돌아가 소설을 끝낸다.

 

'나'는 올 여름 초에 해변도시에 놀러갔다가 그곳에 정착한 양하이링과 우연히 만난다.

 

 

창가에 서면 멀지 않은 곳에 푸른 바다가 보였다.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나뭇잎이 팔랑거렸다. 한참 창가에 서 있다가 마음이 산란해진 나는 넋을 놓았다. 마치 꿈에서처럼 바다갈매기가 날아오르더니 창문 밖으로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나무를 연달아 통과해 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이런 신선이나 지낼 만한 곳을 골랐어?"

"대학 졸업하고 배정해줄 때 어쩄든 난징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여기 왔지."

"왜 난징에 안 돌아가?"
"왜 난징에 돌아가야 하지?"
눈을 마주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1991년 12월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 흐름을 나름대로 정리했다. 

끝까지 흐르는 분위기는 유쾌하다.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예를 들면 화장실이 불타던 날에 방공호에서도 젊은 시인과 함께 있었는데 그 시인은 그런 순간에도 자신이 지은 시를 낭송해주며 끝까지 들어달라며 절규한다ㅋㅋㅋ

 

작가가 겪은 실제 일들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어쩌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 모두 실화일수도 있고. 만담같다고 해야할까.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샛길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고, 또 빠졌다가 돌아 돌아 이야기의 결말로 가는 느낌. 나도 한번 그런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1. 중국공산당 주석 마오쩌둥이 중국 혁명정신 재건을 위해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추진한 대격변. 학교를 폐쇄하고 홍위병을 조직해 전통적인 가치와 부르주아적인 것을 공격하게 했고, 당의 관료 등을 공개비판하며 그들의 혁명성을 점검했다.(쉽게 말하면 공산당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을 모두 학대하거나 죽이거나 함) 수많은 지식인들이 학대받고, 많은 사람들이 죽임당했다. 마오쩌둥 사망 후 종결된다. 중국에서는 '十年动乱십년동란'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