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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쌩쌩 2021. 1. 9. 18:26

 

 

 

부제 '뽀족하게 독해하기 위하여'

 

우치다 선생님이 쓴 글을 처음 접한 것은 민들레(?) 출판사에서 나온 '하류 지향' 이었다. 10년 전쯤 그 당시에 공동육아에서 일을 하고 있던지라, 이런 저런 교육과 관련된 서적을 꽤 많이 읽으면서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하류지향'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은 이전에 읽고 있던 책과는 약간 차원이 다른 책이었다. 다른 책들은 어쩌면 '공동육아'란 이런 것이다란 답을 제시 했다면 '하류지향'은 '공동육아'란 너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란 말을 하고 있었다.

 

 

 

 

공동육아에서도 우치다 선생님이 말씀 하시는 부분과 맥락상 마찬가지로 '만들면서 만들어가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현장은, 만들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수많은 왜와 무엇들이 난무하지만 어떻게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 실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 후 우치다 선생님의 완전한 팬이 되었고 그 때 나온 모든 책들을 보았던 것 같다. 정말 주제들은 다양했다. '유대문화론' '일본변경론'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그 후에는 신간이 나오면 바로 바로 빌려 보든(도서관 신청) 사서 보든 했다.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곤란한 성숙' '곤란한 결혼' '힘을 조금 뺏을 뿐인데'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 '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요새는 이전보다 더 많이 번역이 되어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잔잔과의 대화에서도 정말 많이 인용하고 참조하고 토대로서 작용한다.

 

언젠가는 스승으로 모시는 레비나스의 저작물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레비나스 3부작 중 1부는 번역이 되었는데 2부는 아직 번역이 안된 모양이다. 사랑의 현상학은 두번 정도 읽었고 지금 세번째 읽는 중이다. 그때그때마다 경험하는 상황에 따라 다시 읽고 생각한다. 꽤 된 것 같은데 첫 출판?(자비출판 제외?)이라고 말하는 '망설임의 윤리학'은 구입하고 절반 정도 읽고 책장에 그냥 두고 있다. 사 놓은 거라 그런지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 매일 째려 보고만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 빌려온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은 이틀 만에 쭉 읽어 버렸다. 

 

이렇게 장황하게 우치다 선생님의 책 독서기를 적어 보는 것은 이번에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을 읽으면서 왠지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정리를 바탕으로 우치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스승의 말씀을 전달하는 제자'로서 올 한해 자리매김하자란 각오를 다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절반 정도 읽고 있었을 무렵 떠오른 이 생각이 점점 읽어 나가면서 더 부추겨 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 이 독후감을 쓰면서 그 토대를 마련하자. 왠지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독후감을 정리한다면 앞으로 한 발 내 딛는데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책 목차 구성을 살펴보면, 1. 문예 서재, 2. 인문 서재, 3. 우치다 서재, 4. 교육 서재, 5. 저작권 서재, 6, 독서 소양 기르기 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목차들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절반 정도 읽을 무렵 왠지 나에게 제자로서 살아 볼 텐가 물어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 것과 같이) 저자 후기에도 나와 있는 후속편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을 읽어 보길 바란다는 권유와 연결된다. 나도 과연 그러한 제자가 될 수 있을까? 엄청난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치다 선생님은 '독자의 대한 경의'(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와 관련 된 수 많은 문장들을 찾아 적어보자.

1.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반응하는 지성을 '단서'로 지난 과정'을 찾아내는 힘

2. '미지의 사람의 신체를 통해서' 세계를 경험하는 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3. 언어는 내부로 쪼개면 쪼갤 수록 무한한 유쾌와 힘을 만들어 낸다

4. 질주하는 문체와 그렇지 않은 문체가 있다.

5. '먼저 전체를 보지 않으면 안된다. 부분의 합은 전체가 이니다'

6. 인간이 뇌의 구조를 고찰할 때는 '자신의 뇌 활동을 자신의 뇌 활동이 추월하는' 곡예가 필요하다.

7. 과학자는 '보통 사람보다 많은 것을 아는 주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안다고 상정된 주체'없이 인간의 지성은 속도도 강도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는 진리를 경험적으로 아는 주체를 의미한다.

8. 우리가 교환에서 추구하는 것은 순수한 커뮤니케이션, '이해할 수도 없고 공감되지도 않는 타자와 그럼에도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9. 뇌의 기능은 출력을 기준으로 퍼포먼스가 달라진다.

10. 레비스트로스는 논문을 쓰기 전에 마르크스의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을 파라락 넘기면서 읽는 것이 습관이라고 어딘가에 썻다. 가장 '비인정(거리감)'스러운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11. 사랑만이 인간의 능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킨다

12.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모를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13. 나는 이렇게 '독자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일단 멈추는 것'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구축'이라고 부른다.

14. 장어라고 부르든 그런 존재가 내려오지 않으면 '쓴 본인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은 쓸 수 없다.

15. '다음에 어떤 말이 나올지 스스로도 모르지만 그 문장이...

16. 학술논문이 본질적으로 '타자에게 보내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17. 원리적으로 말하면 '무료로 읽는 독자'가 늘어날 수록 '유료로 읽는 독자'예비군은 증가할 것이다.

18. '커뮤니케이션의 회로 자체가 순조롭게 기능하고 있는가를 우선으로 배려하는 사람은 아마도...

19. '당신이 꼭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 하고 있다'고 독자에게 전해야 한다.

20. 글을 쓰는 사람이 목표로 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아득히 먼 독자에게도 전해지는 글을 쓰는 것이다.

 

위의 많은 문장에서 가장 두껍게 칠한 문장을 나의 토대로 삼자.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한다. 폭력은 폭력이다. 고통은 고통이다. 어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