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책장

정희성 -저문강의 삽을 씻고-

쌩쌩 2014. 6. 19. 09:44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한다.

-정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