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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1991년)

쌩쌩 2021. 11. 14. 11:45

한참 멋모르고 막 찾아 보았던 애니매이션 중의 하나일터인데.. 그땐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재밌다는 애니를 찾아다가 섭렵을 하려고 했었는지 지금 이순간 생각을 해 본다. 좋게 생각하면 멋모르고 그렇게 많은 것들을 보고 읽고 하면서 자신의 경험들을 반추해보는 작업들이 아마도 필요한 시기이지 않았나 싶다. 끊임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란 질문에 해답을 찾고 싶었던 때였던 것 같다. 20대 초반 대학을 가고 짜여진 틀이 사라져버렸던 시간들.. 한번도 질문을 제대로 던져 본적이 없었던 내가 갑자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때 만났던 전혜린, 그리고 수많은 영화들.. 거품이 쌓여갔다.

 

 지금은 다행히 그 거품이 푹 꺼져 버렸지만, 그때 그 시간들이 가슴 한 구석에서는 아련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보게 된 추억은 방울 방울.

 

 

 

 

 

 잔잔 노트북에 있는 만화가 폴라 익스프레스, 추억은 방울방울이 있었는데 이음이에게 보여주다가 나도 다시 보게 되었다. 새삼 다시 알고보니 '추억은 방울방울'은 시골을 동경하는 한 처자가 5학년 때(1966년 일본)의 추억을 하나하나 연결해 나가면서 지금(27살, 1981년)의 나를 바라보며, 그 추억들이 시골에서 두번째 휴가를 보내기로 한 27살의 나에게 얽혀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찌보면 나도 만화주인공처럼 20대 초반 그 때의 시간을 떠올리며 보다가, 그때 나는 이 애니를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해졌는데 아마도 지금이랑은 조금 다르게 보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더 절실했을 질문,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란 질문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의 질문일 것이다.

 

 그렇듯 만화 주인공처럼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것에 열정을 지니고 있을지 그런 것들에 생각이 갔을 것이다. 그러니까 도데체 나는 어떤 놈이지?란 질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애니를 보았다.

 

어느정도는 20대 초반의 나와 다르지 않은 면도 있다. 또 다시 나의 경험들을 반추하면서 또 나는 어떤 놈이지?란 질문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내가 더 관심을 가지며 하나하나 대사와 이야기에 빠져드는 부분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시골을 동경하며 두번째로 휴가를 시골에서 보내기로 한 27살의 처자이다.

 

왜 타에코는 휴가를 시골에서 보내는 걸까?

 

 

 

 

 

 

 

 

 

 

 

 

 

 

 

 

 

 

 

 

 

 

 

 

 

 

 우리 가족은 내년 봄이면 진안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뿌리 깊은 나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알아보고 답사도 다녀오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보다 좀 더 이르게 내려가게 되었지만 농적인 삶을 추구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은 크다.

 

타에코는 시골로 휴가를 보내면서 자연과 함께 공생하며 살아왔던 우리네 삶을 발견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봄, 여름호의 귀농통문의 주제는 '관계', '내가 시골로 간 까닭'이다.

 

생태귀농학교를 통해서나 여러 루트를 통해서 듣는 이야기는 시골살이의 어려움이다.

 

 

 

 

 

 

 

 

 

 

 

 

 

 난 지극히 위험회피자여서 시골로 내려간다는 것을 이상주의적으로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란 생각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에 얽혀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나의 생각이 정말 안이한 것은 아닐까 하게 만드는 면들이 있긴 하다.

 

 수도권에 종속되어 있는 지방의 실상, 끊임없이 침투하는 돈의 논리들 등

 

이미 한국사회는 폐허가 된 상황이라는 선언 아래에서 각오를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