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프로젝트의 벽

진안군 내려가기 <뿌리 깊은 나무>

쌩쌩 2014. 11. 6. 12:06

 

 원래의 계획은 이음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맞춰서 시골에 내려가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에서 살면서 처음에 살림집을 용산구 해방촌에 마련을 하였다. 그 주위에 심리적으나 물리적으로 조금은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아이를 키우면서 잔잔에게 고립된 상황이 그나마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인 내가 상일동까지 출퇴근 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예기치 않는 기회에 상일동 근처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늦게 나가고 일찍 들어오는 쌩쌩의 출퇴근은 우리 가족에게 적절한 위안이 되었지만 그것이 그리 근본적으로 해결을 해 주지는 못한 것 같다. 더욱이 여울이가 태어날 시기가 가까워 지고 더욱 잔잔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나 친구들이 없었기에 그러한 상황으로 몰려가는 심리적 상태는 엄청나게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별로 좋은 상황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조금은 내려가는 시기를 앞당기자며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했다. 일을 그만두고 바로 준비해서 내려가고 난 1년여간 자발적 육아 휴직을 하는 걸로.. 서울에서 일단 1년여간 쉬는 걸로는 그 이후에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기에 될 수 있으면 이음이 여울이 또래가 있는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가장 앞으로 우리의 계획에 있어서도 적절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시에서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통해 해결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형편에 맞지도 않고 잔잔에게는 서울에 대한 미련이 조금은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시골로 내려가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을 하였다. 또 현실적이란 말이 나오니깐 현실적이란 말도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그런데 많은 사람들과 얽혀 있는 관계로 반년정도 더 일을 하기로 하고 잘 정리를 하면서 준비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선택한 곳은 진안군이다. 잔잔의 꿈은 한문, 축제이고 나의 꿈은 작은 학교와 작은 농장이다.

 

 

 

 

 여기서 연결고리가 된것은 한문인데 전주대에 한문교육학과가 있고 전주에 고전번역원이 있는 관계로 잔잔의 실제적인 연결고리를 기반으로 진안군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그것 말고도 예전에 귀농운동본부에서 생태귀농학교를 통해서 익히 들은 진안군에 대한 이야기들도 한몫을 했고 생계수단이 정말 어렵다면 가까운 전주로 일자리를 구하는 상황까지 고려하니 더욱이 진안군으로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우리에게는 딱히 연고가 있는 곳이 없어서 어디를 가든지 거의 매한가지일 터인데, 더 따뜻한 쪽으로 간다던가 농사에 큰 뜻을 두었다던가, 아니면 어떤 특별한 공동체로 들어간다던가.. 대안학교가 있는 곳으로 간다던가 등 고려할 사항들도 있을 터이지만 한번 마음을 먹은 이상 사람이라는 것이 관성이 붙으면 쉽사리 다른 장소를 선택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더 복잡한 고려사항들보다는 딱 하나의 완벽한 고리인 잔잔이 가고 싶은 곳과의 관계를 통해 다른 여타의 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자며 마음을 굳힌다. 그렇게 온전히 뿌리 내리기를 희망한다.

 

 

(진안 답사 내려가기 전 프로젝트의 벽에 붙여 놓은 '뿌리 깊은 나무')

 

 진안 답사를 처음으로 6월 초에 3박 4일 간 내려갔다. 그전에는 인터넷으로 진안군과 관련된 영상이나 책들도 찾아 보았고 '마이라디오'라는 팟캐스트도 열심히 들었는데, 그러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일단 내려가봐야 더 명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머 완벽하게 모든것을 알 수 없을지라도 놀러간다는 샘 치고 주위 풍광이나 마을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내려가기 위한 준비의 시작이지 않을까 해서 나들목 마을로 숙박을 정하고 일단 내려갔다. 특별히 엄청난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나는 군민이다'란 팜플렛도 얻고 왠지 내려가면 죽지 않고 살 수는 있겠다란 맘을 얻고 돌아왔다.  

 

 

 

 

 

 

 

 

 

 

(카메라 이상해서 날짜는 이상하게 나옴;;)- 뒤에 마이산이 보인다.

 

 

 8월 31일 부로 나는 일을 그만두고 온전히 잔잔, 이음, 여울이랑 함께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같이 하고 있다. 벌써 두달여간 쉬었는데.. 책도 많이 읽고 놀러도 가고, 인터넷 서핑에.. 영화도 보고 정말 신나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원래는 10월 25일쯤 이사를 가기를 희망해서 집주인과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집주인의 겉과 속이 다른 듯한 행동에 결국은 계약이 끝나는 내년 2월 25일날 내려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확정히 되고 보니 오히려 더 잘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겨울을 내려가서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어졌고 더 차분히 쉬면서 준비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니 말이다. 결국 잔잔이 '나는 군민이다' 팜플렛에 있는 멘토분과 메일 연락이 닿았고 가장 큰 문제인 집을 구하는 여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밑에 낙서는 이음이도 함께!!)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