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11

무안군 청계면 월선리 717 팝니다.

45-3은 지적도상 사도로 알고 있고 빈집이 있다. 그리고 45-3은 주인이 있는 듯 보이나 이런 저런 건축자재들이 마당에 쌓여 있다. 45-4는 집을 밀고 새집을 지었다. 나대지에 세워둔 트럭이 45-4 아저씨 트럭이라고 한다. 45-7 할아버지께서 언제 집 지을 꺼냐고 만날때마다 여쭤보셨는데 선뜻 아무런 답을 못드렸다. 나대지에 전기세와 상하수도비는 만4년동안 꾸준히 내고 있다. 시골집을 샀을 당시 근처 중등포에 계신 외삼촌이 가격은 적절하게 내고 샀다고 했다. 3500만원을 지불하였고 이런저런 세금에 건축신고비 150만원, 슬레이트 처리비용, 건물철거비용 등 약 4500만원 정도 들어간 듯 보인다. 아마 집을 짓고 살았더라면 올해 이음이는 청계남초를 다녔을 터이지만 이제 포기하려고 한다. 관심이 있..

기형도 <입속의 검은 잎> 2

19 나의 졸음은 질나쁜 성냥처럼 금방 꺼져버린다. (鳥致院) 70 그러나 기다림이란 마치 용서와도 같아 언제나 육체를 지치게 하는 법 (포도밭 묘지1) 72-73 묻지 말라,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수 없는 이유는 神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 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포도밭 묘지2) 92 오래지 않아 3 우리는 완전히 그를 잊었다. 그는 그 해 가을 우리 마을에 잠시 머물다 떠난 떠돌이 사내였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는 우리가 꾸며낸 이야기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저녁마다 연필을 깎다가 잠드는 버릇을 지금까지 버리지 못했다. (집시의 시집) 93 살아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

거실/책장 2016.05.19

목포 자전거 투어 (2016.4.18-19)

총선이 끝나고 이틀간의 휴가를 얻은 쌩쌩. 올해부터 이음여울 모두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으므로 평일의 휴가는 둘만의 시간이 된다! 뭘할까 고민했다. 영화를 보러갈까, 마지막으로 함께 영화관에 갔던 게 이음이가 태어나기 열흘전이니 2012년 6월이었을게다. 허나 볼만한 영화가 없다. 그러다 갑자기 목포자전거투어를 하기로 했다. 어째서 대화가 그렇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무튼 그렇게 됐다. 내가 첨으로 사서 끌고 다녔던 자전거는 서울 용산집에 버려두고 왔다ㅜㅜ. 양화대교에서 사고한번 난 뒤로 위험해보이는 자전거(가볍고 얇은 하얀색 자전거였다!)말고 좀더 낮고 안정감있는 자전거를 타길 바래왔던 쌩쌩과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수 있도록 바구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이 더해져 바구니가 장착된 빨간 자전거..

우리들의 세번째 이사 <뿌리깊은 나무>: 실패한 귀촌담 (2014년 6월-2015년3월)

2011년 12월, 우리는 빈마을 공산당(공부하며산당)에서 해방촌오거리중 한 거리 안쪽에 있는 주택 2층, 이음집으로 이사했다. 이음이가 태어나고 6개월 후 2012년 12월, 쌩쌩이 일하는 터전이 가까운 상일동에 있는 상가건물 4층 방3개짜리 집으로 이사를 했고 그 중 방 하나는 터전에서 들숨방으로 아이들과 함께 사용하였다. 그러다 여울이가 태어나고 우리는 또 한 번의 이사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쌩쌩이 일을 그만두고 2015년 2월까지의 시간동안 우리는 본격적으로 귀촌을 하기 위해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제목에서 밝혔듯 이것은 실패한 귀촌담이다. '나중에'라고 딱지 붙여놓았던 일들을 실행하는데는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그리고 넷이, 역시나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가보다. 나와 쌩..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이라는 제목의 기형도 시집을 읽고있다. 집 책꽂이 위쪽에 꽂혀있었는데 라디오를 듣다가 갑작스레 꺼내들었다. 1960년에 태어나 1989년에 죽은 시인. 이루지 못한 사랑을 빈방에 가둔 시인. 어릴 때 아버지가 아프셔서 어머니 혼자 생계를 꾸리셨는데 엄청 가난했다고 한다. 아마 어렸을 때 빈방에 홀로 있던 시간도 많았을 거라, 다른 이들이 느끼는 것 만큼, 슬픈 사랑을 빈방에 가두어놓는다는 이야기가 그에게는 낯선 풍경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인생을 증오하며, 기적을 믿지 않는다고 시에서 그는 말한다. 어둡다. 하지만 그의 시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어두운 인물들이지만. 컴컴한 마음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시들이 내게는 밟혔다. 그의 시에는 폐렴으로 둘째를 잃은 ..

거실/책장 2015.08.25

진안군 내려가기 <뿌리 깊은 나무>

원래의 계획은 이음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맞춰서 시골에 내려가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에서 살면서 처음에 살림집을 용산구 해방촌에 마련을 하였다. 그 주위에 심리적으나 물리적으로 조금은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아이를 키우면서 잔잔에게 고립된 상황이 그나마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인 내가 상일동까지 출퇴근 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예기치 않는 기회에 상일동 근처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늦게 나가고 일찍 들어오는 쌩쌩의 출퇴근은 우리 가족에게 적절한 위안이 되었지만 그것이 그리 근본적으로 해결을 해 주지는 못한 것 같다. 더욱이 여울이가 태어날 시기가 가까워 지고 더욱 잔잔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나 친구들이 없었기에 그러한 상황으로..

<순성장거> 서울성곽길 걷기(2013년 12월 29일-2014년 1월 15일)

2014년 1월 6일 월요일. 겨울방학을 맞은 쌩쌩과 임신 35주차를 맞은 나와 뱃속에 여울 그리고 19개월된 이음이가 서울성곽걷기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순성장거는 서울성곽길을 돌아보는 장대한 계획이라는 말. 장거와 프로젝트는 비슷한 말이니 순성장거프로젝트는 동어반복이네^^;) 우리집 거실에 있는 한쪽 벽, 바로 프로젝트의 벽이다. 여기에 전지를 붙이고 함께 할 것들에 대한 계획이라던가 정보같은 것들을 적어 나간다. 첫번째는 순성장거巡城壯擧다. 1916년 5월 14일 매일신보에 함께 성을 돌아보자고 글이 실렸다. 순성장거는 그 기사에 나온 말이다. " 고대하시던 순성장거는 오늘 14일 오전 7시 30분 남대문 소학교에 모였다가 8시 남대문에서 출발하는데 회비도 필요없고 점심만 휴대하면 ..

<씨앗건강법> 그리고 <내가 바라는 세상>

씨앗 건강법 노명순 문짝 떨어지고 기왓장 날라가는 것이 꼭 실밥 툭툭 터져버린 이불호청 같은 집이여. 그란디, 이 작것이 요새는 새댁 꽃이불 꿰메 놓은듯 개나리꽃앵두꽃살구꽃, 색색을 골고루 다 피우며 한참 물이 올랐더랑께, 또 겨우내 닭오리거위새끼들 씨알갱이 하나 귀경 못했는디, 따땃한 봄된께 울타리, 말캉, 폭신 옴팍헌디만 보면,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아랫도리 까고 소락대기 지르며 희고 둥근 씨앗을 대책없이 질질 흘리고 다니는 것이 참말로 가관이더란 말이여, 다 살은 듯 얼음 백혀 자빠졌던 파배추밭도 연초록 여린 대궁 뾰족이 밀고 나오는 것이, 오메! 요 이쁜 것들! 막말로 지난 시한에는 요놈의 집구석 이사를 가볼까, 때려 부숴볼까, 허는 맴도 먹었는디, 인자 봄도 왔응께 기냥 저냥 양단 꽃이불 속인양 ..

거실/책장 2014.06.19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녀의 미소 때문에.. 그녀의 모습.. 그녀의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내 맘에 꼭 들고 힘들 때 편안함을 주는 그녀의 생각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 수도 있는 법. 내 뺨에 흐르는 눈물 닦아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 주세요. 당신의 위안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 테죠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이 언제까지나 사랑 할 수 있도록. -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

거실/책장 2014.06.19

정희성 -저문강의 삽을 씻고-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한다. -정희성-

거실/책장 201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