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빨랫줄 6

부부의 싸움에 대한 독백

작년엔 그랬다. 싸움들로 인해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고 그것들이 둘 사이의 거리감을 만드는 게 싫었다. 속상했다. 단 1cm의 거리도 용납할 수 없었다. 어느순간부터 싸울때 지기싫고 사과하기 싫고 그런 마음들이 자라났다. 그래서 쌩쌩에게 말했다. 어떤 싸움이건 분명 나도 미안한 부분이 있기때문에 그걸 알고 미안하다고 전하는 게 내 맘이 편한데 이제 그게 잘 안된다고. 그냥 내 맘 불편한채 상대방도 불편한채 어영부영 넘어가고 그런것들이 모여 벽을 쌓아갈 것 같다고. 그런데 또 열심히 싸우면서 그러다 문득 올해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 1cm의 거리도 허용할 수 없는, 하나, 일체감에 대한 나의 욕심이 보이는 거다. 나와 그는 분명 다른 존재고 그 차이들로 우리는 만났고 사랑하며 살고 있는데, 반복되는 일상..

마당/빨랫줄 2016.05.16

부부의 싸움에 대한 대화

여기에 어제 저녁10시부터 12시넘어까지 이야기 한 것들을 정리해 기록해 두고자 한다.(오해가 있을지라도) (앙리 마티스 - 대화) 잔잔: 우리가 그제 싸우고 난 이후에 난 조금씩 마음을 닫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무슨 말이냐면 싸움을 했을때는 너의 잘못이든 나의 잘못이든 있게 마련인데.. 그렇게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안다면 너의 잘못을 떠나 나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 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하게 돼. 그래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닫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말하는 거야. 쌩쌩: 음.. 무슨 말인지 손에 잡히지가 않아. 사과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데 안하고 있다는 것은 마음을 닫는다는 말인데.. 너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잔잔: 지금 그렇게 질문한다는 것이 더 ..

마당/빨랫줄 2015.07.07

식기세척기?

어느 저녁, 쌩쌩이 쌓여있는 하루치 설거지를 보더니 의자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식기세척기 살..?" "아니!" 나는 생각도 안하고 바로 답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덩치큰 기계는 들여놓지 말자고. 그리고 얘기가 시작되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기계들이라, 그럼 세탁기나 냉장고도 꼭 필요한 기계라고 말하기 어려운 거 아니냐고 쌩쌩이 묻는다. 없어도 살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는 삶이란.... 아, 그건.....참(내가 태어나기전부터 셋팅되어있었던 기계들은 논외로 하면 안될까..) 감사하게도 둘 다 집을 가꾸는 취향은 비슷하다. 될수있는 한 뭔가를 들여놓지 않고 공간을 그냥 넓게 두는 것. 미니멀리즘이라던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것들을 버리는 일을 쌩쌩은 즐거워한다. 최근엔 이음이장난..

마당/빨랫줄 2015.01.05

식기세척기

1. 관계 2. 에너지 3. 자본 4. 환경 5. 미학. 6 기술 잔잔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대충 이정도에서 물건들을 살 때 생각되어지는 부분들이 나오는 것 같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온다더라. 그러면 더 편해진다는데.. 현재 집에 가지고 있는 기계제품들의 목록을 살펴보니, 김치냉장고, 일반냉장고, 제습기, 이온발생기, 선풍기, 노트북, 드라이기, 다리미, 세탁기, 압력밥솥, 청소기, 전기포트 스마트폰이 있다. 이렇게 적어 본 이유는 식기세척기가 있으면 집안일의 부담을 줄여주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리고 에어플라이, 전자렌지, 복합기가 있으면 또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한 보따리의 짐만 지니고 사는 것이 왠지 가벼울 것 같단 느낌으로 추구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보니 점점 늘어나는 것은 짐들이다.(정말 ..

마당/빨랫줄 2014.06.29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처음 용산에 집을 구해 살때 집들이 선물로 하루가 그려준 우리그림) 본격 연애를 시작한지 한달도 채 안되 이음이를 임신하고 우리는 함께 살기로 했다. 이음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내기억에 의하면, 우리는 싸운 적이 없다. 물론 연애초기의 특성상 서로의 공통점발견에 매진하며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매우 잘맞았다. 닮은 데가 너무 많아 싸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음이 태어나고 본격 육아에 돌입하자, 투덜거림, 삐짐, 사소한 다툼, 소리지르기, 화내기, 나가기 등등 점점 큰 싸움들이 한 번 두 번 세 번 일어나기 시작했다. 2년쯤 지나고 보니 거의 대부분의 싸움주제는 역시 육아,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우리가 육아라는 주제로 싸우는 주된 이유를, 쌩쌩은 나의 높은 기대수준과..

마당/빨랫줄 2014.06.19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우리가 함께 집을 마련하고 산지 이제 만 3년이 안되는 시간동안 싸움의 이유는 딱 두가지 흐름 내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1. 잔잔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2.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판단하는 말들을 듣고 나도 열을 낸다. 거의 대부분의 싸움의 주제는 이음이와 나와의 관계 내에서 발생되어진 못마땅한 행동들이다.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지점들을 가지고 접근한다고 생각하지만 잔잔의 입장에서는 좀 더 능동적인 나의 모습을 기대한다. 예를 들어서 울고 징징되기 시작했을 때 받아주는 마음의 자세의 수준이 다른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는 받아줄 수 있지만, 받아주기 싫을 때가 생긴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나의 해답은 좀 화는 내지 않되 내버려둔다. 그것은 어찌보면 가정의 ..

마당/빨랫줄 201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