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 방/스크랩북 8

두번째 욕조

이사오기전 리모델링할때 화장실에 욕조를 두고싶었다. (욕조에 대한 로망이 있음) 그러나 같이 사는 이의 반대로 무산되고 코로나로 목욕탕도 못가고 일인용 욕조를 사서 썼다. 이 아이는 며칠전에 이음여울이가 들어가서 목욕하다가 터져서 산 두번째 욕조! 아이들 기준 2인용이고 어른한테는 1인용이다. 생각보다 깊다. 덮개를 같이 줘서 사용했는데 맘에들었다. 바닥에 하나 옆면 아래쪽에 하나 물 빼는 구멍이 있다. 물채워서 쓰는 방석이랑 기타 추가 부품도 두개더 있었다. 욕조를 설치하고나서 미리 선언해두었다. 만약에 얘도 고장나면 욕조를 설치하겠노라고! 그랬더니 바로 돌아온 답변 ㅋㅋㅋㅋ 그럼 나도 널 부셔버리겠어😎 쑥탕을 만들어서 20분 동안 반신욕했더니 피로가 싹 풀리면서 잠이 쏟아졌다. 아 찜질방도 가고 싶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꿈을 빌려드립니다>

다른 눈, 다른 세계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포장되어 소비되는 중남미소설,이라는 내용에 대해서 어떤 중남미 소설 작가가 우리의 소설은 마술적사실주의가 아니다, 단지 우리에겐 경이로운 현실이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무작정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 책들 중에서 단 한 줄도 그곳에서 일어났던 실제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꿈을 빌려드립니다』 ‘문학과 현실에 관하여’ 216p) 역시 자신의 경이로운 현실을 이야기로 옮기는 대작가 마르케스의 에는 9편의 단편과 9편의 산문, 그리고 2편의 작가에 관한 글과 인터뷰가 실려 있다. 실제로 그들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약간의 기대와 한 가지의 질문을 안고 차례를 무시한 채 끌리는 제목대로 읽어 내려갔다. 작중..

진융 <녹정기1~12>

이야기가 키운 작은 보배, ‘위소보韋小寶’ 진융의 소설 『녹정기』는 제법 비장한 가운데 시작된다. 마치 조선의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이 모여 조국의 해방과 독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여유량이 이첨 선생의 그림에 시를 더하는 장면은 더욱 그렇다. “산천이 다시 우리 것으로 옛날 같이 된다면 북과 장구를 치면서 이 강산을 밟고 다니리. 어디인들 미친 듯이 다녀보지 않으리 오!”(녹정기1, 27p) 여유량은 절강성에 사는 학자로, 명말청초의 사상가, 철학자인 고염무, 황종희가 그를 찾아와 ‘명사의 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내용은 이렇다. 호주에 사는 부호 장윤성의 아들 장정용이 책읽기를 좋아하다 그만 눈이 멀었는데 그 와중에 문인들을 모아「명서집략」을 펴냈다. 그러나 이 고장의 부패한..

24 하예성 순대국

쓸데없는 기억들, 이라고 하면 좋을까. 아니면 아직 쓸데를 찾지 못한 기억들이라고 하면 좋을까. 그런 기억들이 몇가지 있는 것 같은데, 얼마전부터 가끔 화장실에서 그 기억들 중 하나와 마주한다. 중학교 다닐 때 만났던 국어선생님 성함에 관한 기억이다. 중학교 몇학년이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튼 그 해 우리반 국어시간엔 늘 특별한 공책검사가 있었다. 국어샘은 조금 엄하셨고(남아있는 기억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독특하기도 했던 것 같다. 국어샘은 각자 빈 공책을 한 권씩 만들어 공책에 이름을 붙이게 하시곤 희한한 숙제들을 많이 내주셨다. 수술한것만 같았던 아주 진한 쌍커풀의 눈을 가지셨던 자그마한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목소리까지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 당시 내꿈은 국어 선생님이었다. 세종대왕의 연표를 외..

23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2011년 7월 공산당 글짓기: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어렵다. 그건 결국 어떤 일을 하고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같은 게 아닐까나. 그래서 질문을 좀 바꿔 거기에 답해보고자 한다. 흠흠. 일단 내가 말하는 ‘일’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노동으로 치환하기엔 좀 부족하다. 누군가의 정의에 따르면 ‘일’이라 함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작더라도 세상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이 있고, 또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하며,....음 그 뒤는 기억이 안 난다. 책 참고. 아무튼 삶과 괴리되지 않는 그런 '일'을 하며 살아가고싶다. #학교 내가 뭔가를 기억하고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 이후로 만난 첫 번째 어른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다. 그 ..

20 학교수업, 혹은 교육에 관한 고찰

고등학교에서, 나는 도서부였다. 그래서 도서실에 있는 일이 많았었는데,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혼자 공부해도 되지 않을까?’ 고2때는, 책 속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때로는 도서실 구석에서 책을 읽으면서 수업에 들어가지 말까하는 충동을 겪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때의 나에게 수업은 단순히 지식을 전해 받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간의 학교생활동안 선생님들께 받아온 사랑이나 관심을 무시할 생각은 절대 없지만, 수업이란 대체로 나에게 그런 의미로 더 강하게 인식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학교 수업이 이래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신 분이 계셨다. 우리학교 작문선생님이셨다. 1.수업을 왜, 들어야 하는 것일까..

21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미학오디세이>를 읽고

처음 생각한 제목은 이었다. 그런데 그 ‘예술적인’이라는 말에 내가 걸려 넘어질 것 같아서 그냥 영화 제목 그대로 적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진 못했다. 1 2007년 6월 22일, 우리 반은 기말고사를 딱 일주일 남겨두고 디데이를 세고 있었다. 그 때, 학교에서 나는 반장과 최다지각생 그리고 자칭상담사를 맡고 있었다. 입학 후 1년간은 ‘학교 선생님’을 꿈꾸며, 착실히 공부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학교 회사원’ 같은 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야자를 빼고 태권도 도장에 다녔다. 반장은 1학년 때 한 번 했더니 그냥 그대로 쭉 하게 된 거였고, 최다지각생은 집에서 학교 종소리를 듣고 나가는 재미에 빠져서 그렇게 되었다. 중요한 건, 자칭상담사다. 나는 ‘학교 회사원’ 같은 건 되..

22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논리적인 것들에 맞서려면

너는 열 시간 동안 침대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해.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모랑 이모부는 네가 밤 아홉 시부터 적어도 열 시간 동안 자기를 바래. 그건 오로지 너를 위해서야. (…) 좋아,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네가 알아들을 줄 알았다. (25-26) 홍역에 걸린 동생과 떨어져 이모네 집에서 지내게 된 톰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매우 못마땅하다. 이모네는 정원도 없고 같이 놀 친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톰은 고장 난 괘종시계가 열세 번 종을 치는 걸 듣게 된다. 혹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시간이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톰은 시계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가 주방 뒤쪽 문밖에 히아신스향이 나는 멋진 정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톰은 정원이 없다고 거짓말 한 이모를 혼내줄 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