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봄에 해방촌오거리중 빈가게 방향으로 쭉 들어가면 나오는 꽃가게에서 작은 화분 세개를 데리고 왔다.
아담한 아저씨가 주인이었는데, 오른쪽 끝에 있는 그린볼야자를 추천해주셨다. 화분위에 보이는 반 쪼개진 공같은 것이 그린볼이다. 그것안에 들어 있는 양분을 먹고 쑥 자라 야자나무가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 작은 놈이 나무로 클때까지 함께해주기를, 하며
얼마 안있어 분갈이를 해주었다. 꽃향기가 만리까지 퍼져나가 만리향이라 이름 붙여진 아이는 꽃이 금새 떨어졌고 그 뒤로 다시는 꽃을 볼 수 없었다(얼마못가 죽었다. 꽃나무키우기는 늘 실패한다 왤까).
그린볼야자는 좀 더 큰 자리로 옮겨가더니, 그럼 이제 기지개를 켜볼까 하면서 양 어꺠를 쭉 펴기 시작했다.
2013년 12월 겨울 이삿짐 트럭에 실려 칼바람을 이겨내고 상일동으로 이사온 그림볼야자는 또 한번 자리를 옮겼고 남향창 바로 아래서 무럭무럭 자랐다. 함께 온, 내가 처음으로 오랫동안 크게 키워온 로즈마리들은 겨울바람에 감기가 심하게 들었는지
결국 얼마못가 죽었다.
또 다시 트럭에 실려 무안 월선리에 가있다가 목포 삼학하이츠에서 잠시 머물다 다시 산정동으로 함께 온 그린볼야자는 해가 잘드는 긴 창이 있는 현관에 자리를 잡았다. 그간 쑥쑥 키가 크면서 밑에 달려있는 잎들과 가지들은 떨쳐냈다. 그리고서는 제법 야자나무같은 형태 를 띄며 크고 있다. 그리고
2016년 또 새로운 싹을 올려보내고 있다.
함께 5년을 보낸 야자는 어쩌면 아니 사실 쌩쌩보다도 더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낸 생명체,라고 할수있다.
나를, 나와 이음이를, 나와 이음이와 여울이를 또는 우리 모두를 창가 아래서 지켜보거나 신발장에 소리를 듣거나 그랬다.
왠지 이 야자에는 지난 5년간의 시간이나 소리같은 것들이 잎 주름마다 새겨져 있을 것만 같다. 가끔 손수건에 물을 묻혀 잎에 붙어 있는 먼지들을 닦아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월선리로 이사가면 가장 볕이 잘들고 오랫동안 드는 자리에 심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