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쌩 방/의자

삶의 보람(ft. 싸이월드)

쌩쌩 2021. 12. 17. 10:32

 

 

 

 오늘 싸이월드가 재개장된다고 하니, 다시 나의 추억들이 살아나는 건가 기대된다. 싸이월드 이후 수많은 sns들이 생겼는데 가입 안 한 것은 없다. 단지 가입만 해 놨을 뿐,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어떤 것은 아이들 사진 모으는 곳으로 두고 있고 어떤 것은 어쩌다 근황 올리는 곳으로 쓰고 있고 어떤 것은 그냥 눈팅 재미 용이고 어떤 것은 할 수밖에 없으니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싸이월드는 그 와중에 나의 일기장이었다. 정말 그때 당시의 수많은 감정들, 생각들, 고민들, 계획들을 적어 두었는데, 길지는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적어 둔 것들도 정말 많은데, 모바일로 가끔 들어가서 다시 들추어 보고 그랬었는데, 헉, 접속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사라 질 수도 있구나. 군대 사진도 거기 다 있는데...ㅎㅎ

 

싸이월드
재개장 되니?

 

그런데 지금 로그인은 되는데 여전히 뭐 별다른 변화는 없어 보인다. 요새 유행하는 메타버스니 nft니 뭘 적용한다고 하는데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전혀 모르겠고 오늘 시기에 맞춰서 무슨 관련주가 무엇이니만 도배가 되어 있고, 암튼 멋지게 부활 했으면 바람이지만 가입자가 엄청 날 터인데도 어떤 서비스가 별로라서 망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추억의 앨범으로만 두고 최신 유행하는 sns로 다들 넘어가서 전혀 수익사업이 안돼서 망했던 건지, 암튼 어찌 됐든 100년 대대손손 연명하는 싸이월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나는 싸이월드의 수익사업에 조금이라도 보태는 일을 하게 될 수나 있을까 싶지만은 어떻게든 비공개 일기장으로 잘 사용하고픈 마음은 있다. 그런데 요즘은 블로그에 열심히 막 써대고 있는지라 비공개고 뭐고 그냥 막 써 재끼는데... 싸이월드 재개장에 맞춰 일기장의 면모를 추억하며 삶의 보람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어렸을 때는 자기전에 '오늘은 참 보람찬 하루였다' 흡족해하며 잠을 청할 때 그건 놀이든 게임이든 얼마나 즐겁고 재미난 시간들을 보냈는지였다. 그러다 그런 보람찬 하루가 아닌 그저 하루 종일 학교에서 주어진 공부를 하는 나날들에 충실한(?) 시간들을 보냈고, 그러다 연애에 빠져 그 사람과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다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금 계획에 따른 공부를 하는 것이 보람의 일상이었을게다.

 

대학에 갔지만 방황을 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질문을 하는 와중에 다시금 재수를 해 대학에 갔고 나의 삶을 발견하는데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소명이라 여긴 일을 찾아 행하다가 결혼을 했고 이제 소명을 떠나 다른 일을 하면서는 나날의 시간들을 왠지 돈이라는 결과물로 수치화되어질 수 있는 시간들에 삶의 보람으로 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즉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아도, 내가 가만히 있어도, 일은 하겠지만 그 시간은 돈으로 바뀌어 월말이 되면 월급으로 들어오는 거다.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내가 즐길 거리를 하면서 그렇게 나눠진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월급은 나한테 안정을 가져다준다.(적은 다달의 돈일 지라도) 그런데 일을 그만두고 보니 이제 쉬는 시간들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시간이다.

 

이제 직장일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감각이 남아있는지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내가 즐겁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이 시간들이 절대 돈이라는 결과물이 될 가능성이 없는 시간들이라 왠지 죄를 짓는다고 말하기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래도 되나 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다시 말하면 일하는 시간은 돈이 되게 만드는 시간들이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시간은 절대 돈이 될 수 없는 시간으로 구분된다. 노후를 대비할 수 없고, 지속가능하지 않는 최소의 생활비를 벌고 있는데 좀 더 돈을 버는데 그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행동일 수 있겠지만 그러기는 또 싫다. 이런 양가적인 마음이라 하고 싶은 일 이 조그마한 돈으로 바뀔 수 있는 방식이 가장 좋을 듯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노동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고통이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아등바등하기는 또 싫다. 결론은 시간을 돈으로 치환하는 그 감각이 정말 싫다. 돈을 버는 시간은 보람찬 시간이고 그렇지 않은 시간은 허투루 보낸 시간인 거다. 다시금 어렸을 때 돈을 떠나 '오늘 하루는 정말 보람찬 하루였어' 하며 잠이 들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한 생산들에 목적을 두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돈이라는 결과물을 생각하지 않는 방향은 어떤가 생각해 본다. 돈이라는 것은 정말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일단 잊어 버리는 거다. 그래서 다시금 돈으로 치환하는 그 감각을 지워버리는 작업을 먼저 한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것은 전혀 돈하고는 상관없는 생산물들이 되는 거지만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인 거다. 누군가에는 별로 의미 없는 것이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거다. 조그마한 흔적들을 기록한다던가, 무언가를 배워서 알게 된다던가, 누군가를 도운다던가, 그냥 멍 때린다던가, 그 자체에 보람을 새겨 넣는 작업을 해 보는 거다. 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돈이 왠수다-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