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 방/기타

Best of 한대수

 잔잔 2016. 6. 27. 10:44

 

 

 

이음이가 뱃속에 있었을 때, 밖으로 나올 준비가 막바지에 달했을 때쯤이었는데, 여름이 시작되고 있는 어느 저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 저녁 탱탱이 <Best of 한대수> 앨범을 가지고 집에 놀러왔었다. 앨범을 건네주며, 앨범에 있는 '양호야! 양호야!'라는 노래를 듣고 생각이 나 선물한다고 했었다. 나는 무지 감동받고 그 다음날부터 앨범을 계속해서 들었다. 

 

한대수는 '한국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앨범책자 뒤에 두문장으로 정리된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ㅡ

"한대수는 우리 음악계에서 지극히 독보적인 인물이다. 음악자체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출신 배경(신학자인 할아버지와 물리학자인 아버지)과 자라온 환경(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보낸 학창시절, 미국에서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 독특한 커리어와 청장년 시절의 삶(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뮤지션으로서의 삶, 군사정권의 탄압에 의한 쓴 경험, 뉴역에서의 인디밴드 활동, 미래가 보장된 사진작가로서의 삶, 결혼과 이혼, 새로운 동반자와의 만남 등), 현재의 생활(사진집과 에세이, 자서전 출간, 음반작업, 공연, 아이의 탄생 등)등 모든 부분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김경진)."

ㅡ장르가 짬뽕된 영화한편이 보였다. 스펙터클한 그의 삶이 묻어나는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디스크에는 19곡이 있는데, 그중 2번트랙인 '양호야! 양호야!'는 그가 환갑을 앞둔 나이에 태어나게 되는 아이를 위한 노래였다(양호는 태어날 아이의 이름^^).

 

양호야 양호야 어서 빨리 나와라

(...)

양호야 양호야, keep on cooking, keep on cooking

너가 세상을 보면 시끄럽다 할거야

너가 세상을 보면 어지럽다 할거야

 

그 당시 나도 이음이가 나올 날을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가사가 더욱 와닿았는지 뭘하다가도 무의식적으로 저 가사를 흥얼거리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첫 번째 디스크에서 좋았던 곡1 '하룻밤' (사실 앨범에 있는 거의 모든 곡이 맘에 들었다, 앨범이름처럼 정말 베스트오브한대수인듯)

 

 

 

하룻밤 지나서 저 초가집 안에 

구수한 나뭇내 맡으며 
오르는 새 하늘 날으는 흰 구름 
긴 숨을 한번 또 쉬자 

비치는 새 태양 참새의 첫울음이 
모든 것은 나의 새 
세상 뛰어라 염소야 새날을 맞으러 
첫 발자국 듣기 전에

 

새벽에 빛나는 펴진 바다 보면서 

모래 차며 바닷가로 거닐 때
두 손이 두 마음을 잡고 

연결해 말도 없이 웃는 얼굴들


하얀 갈매기는 옆을 지나가면서 

쁜 맘의 노래소리 들리네

그대여 가볼까 저 수평선 아래 

파도 아래 슬픔 던지세

 

기타와 하모니카로 어우러지는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한 편의 시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지막 가사 한줄. 꾸밈없이 담백하게 불려졌기 때문일까, 노래를 직접 들어보면 꼭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대여 가볼까 저 수평선 아래 파도 아래 슬픔 던지세"

 

 

 

 

 

2 오면오고

 

시들어진 꽃에도 또 하루가 있다고 옆에 앉은 태양처녀 날 보고 말하네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내 마음 난 몰라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내 마음 난 몰라 

분홍치마 입고서 아 거리로 나서니 비단장사 할아버지 날 보고 웃는다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내 마음 난 몰라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내 마음 난 몰라 

지나간 옛 세월을 또다시 생각하니 옛사랑아 날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내 마음 난 몰라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내 마음 난 몰라

 

아-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내 마음 난 몰라.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내 마음 난 몰라.

 

 

 

 

 

3 고무신

 

좋아, 좋아, 기분이 좋아~ 베이스들어오고 기타도 좀 울고, 장구 때려~ 바람아 불어라. 불고 불고 또 불어라. 우리 아버지 명태잡이 내일이면 돌아온다 아이고 좋아, 좋아, 기분이 좋아~ 좋아.

 

명태를 잡아오면 명태국도 많이 먹고 명태국이 나는 좋아 아이고 좋아 기분이 좋아 


명태국을 먹고 나서 명태가 몇 마리 남는다면 나머지 명태를 팔아서 고무신을 사서 신고
저 언덕 위에 있는 우리 촌색시 만나러 간다 아이고 좋아 기분이 좋아

우리 촌색시하고 나하고 밝은 달밤에 손에 손잡고 아이구 좋아 기분이 좋아 우리 촌색시가 나는 좋아 

그건 그렇다 하고 우리 엄마 우리 아버지 만수무강 하옵소서 만수무강이 좋아
시인 여인 미인 노인도 만수무강하고 그리고 또 나도 만수무강하고 

 

바람아 불어라 불고 불고 또 불어라 우리 아버지 명태잡이 내일이면 돌아온다 아이고 좋아 좋아 기분이 좋아 좋아

 

 

 

 

앨범에 실린 노래 36곡 가운데 3곡을 제외하고 모든 노래의 가사를 그가 썼다고 한다. 태어날 아이를 위한 노래도 있지만, 또 함께 하고 있는 아이의 엄마이자 옆지기인 여인을 위한 노래도 있다. 'to oxana'라는 곡인데, I need you를 읊조리며, 내사랑~하는데 참 부드럽고 달콤하다. 발표시기는 다르지만 to oxana 바로 다음 트랙에 실린  '그대'라는 곡도 같은 선상에 있는 둣. 

 

 

 

 

4 그대

 

그대, 어디있소, 그대, 어디있소. 아 있소, 아 있소, 내 맘속에.

그대 모습 있소, 그대 모습 있소, 아 있소, 아 있소, 내 맘속에.

 

머나먼 지금까지 허공에 휘날려도

남겨진 향기같이 오로지 그대위해 

때문에

 

그대 사랑있소, 그대 사랑있소, 아 있소, 아 있소, 내 맘속에.

 

그대 안고있소, 그대 안고있소, 아 있소, 아 있소, 내 맘속에.

그대 살아있소, 그대 살아있소, 아 있소, 아 있소, 내 맘속에.

 

머나먼 지금까지 허공에 휘날려도

남겨진 향기같이 오로지 그대위해

때문에

 

그대 사랑있소, 그대 사랑있소, 아직도, 아직도, 내 맘속에.

 

 

으아, 정말 좋다. 정말 이건 시다, 시. 한편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놓은 것 같다.

 

 

 

 

두번째 디스크에서도 다 좋지만 더 좋은 곡들을 추려봤다.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를 쭉 뽑아낸 듯한 첫번째 트랙의 '물좀주소'

 

 

 

 

바로 그다음 트랙인 '여치의 죽음'은 연주곡인데, 낯설고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하는 것 같다. 직접 공연장에서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https://youtu.be/qMfRilwf-JY

 

 

 

그리고 'Headless man'

 

(뮤직비디오다!)

 

 

I was born at midnight this morning 

Didn't know where or how I was born 

I had no reason to live for 'Cause no one told me who I was

(...)

I'm the headless manI come to conquer your worldI'm the headless manI come to slaughter your world

 

밴드의 연주도 좋고 가사도 좋다. 특히 처음 시작할 때 한대수가 멜로디에 맞춰 아무렇게나 부르는 부분(이런걸 뭐라고 하는거 같던데..)! 내가 누군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살아갈 이유가 없는, 한밤중에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머리없는 남자가 왔다, 우릴 정복하고 도살하기 위해. 

 

그리고 그 다음 트랙은 '호치민'이라는 제목의 노랜데, 밴드가 계속 음악을 연주하고, 한대수는 계속 호치민의 삶에 대해 말을 한다. 노래로 하는 게 아니라 말로. 그리고 중간 중간, 호치민, 호치민, 호치민 하고 외친다. 첫번째 디스크를 지나 두번째 디스크를 들을 때면 한대수는 정말 음악으로 말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공부하는 모든 것들을 음악으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특유의 목소리와 기타위주로 불리는 포크송들도 좋지만 실험정신이 가득 담긴 다양한 방식의 곡들도 거부감없이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뱃속에서 베스트 오브 한대수를 듣고 나온 이음이에게 나는 자장자로 자주 '행복의 나라'를 불러주었다. 여울이가 태어나고서는 그냥 '자장자장'하며 재웠는데, 그때는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들을 줄줄이 불러주거나 흥얼거리며 재웠던 것 같다. 얼마전에 형아가 자는 모습을 보며 토닥토닥 '동구밖 과수원길~'을 불러주는 여울이를 보며 자장가에 짜게 굴었던 나를 반성했다. 요즘은 다양한 자장가들을 불러주려 하고 있다. 그러다 책장에 꽂혀있는 한대수 앨범을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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