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여울 방/사진첩

애들은 밖에서 크나보다

 잔잔 2014. 12. 10. 23:39

지난달 20일부터 집을 떠나 지내고 있다.

진안부귀면에 계시는 선생님한분께 메일로 인사드리고 여쭙다가 내려가 집을 구하기로 하고 5박 6일간 황금리에 있는 황토방에서 머물렀다. 식재료 사다가 밥해먹고 아궁이에 불때고 자고 여기저기 전화해보고 찾아가고 별도 보고 산책도 하고 귀농귀촌캠프도 다녀왔다. 매일매일 새로운 분들을 만났다.


집에서 엄마랑만 지낸 30개월 이음이는 낯선사람에 대한 경계가 꽤 강한편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컨디션이 안좋을땐 그냥 울어버리고 매달리기 일쑤였다. 헌데 다행히 내려와서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외려 자신에게 관심가져주지않는 선생님께 먼저 다가가기도 해서 속으로 놀라기도 했다. 아무튼 이래저래 함께 잘다녀주어서 고마웠다. 여울이는 낯을 가릴까 말까 에이 모르겠다, 헤~ 이런느낌으로 함께 다녔다.



그리고 목포로 내려왔다. 결혼식과 제사가 보름간격으로 있고 또 쌩쌩이도 일을 안하고 있으니 어머니댁에서 쭉 머물기로 한것. 사실 집안대소사를 핑계로 어머니께 빌붙어 지내는 중이랄까.
음. 암튼 그 덕분에 이음이는 할머니집과 가게를 오가며 또 그 사이사이 목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해님떴으니까", "밥먹었으니까", "빨래 다널었으니까", "이제 밖에 가자"고 눈웃음을 짓는다.



처음엔 집에 가자는 얘길 자주 하더니 이젠 안간다고, "계속계속계속 밖에만 있을거"라고 한다. 말도 많이 늘었다. 그리고 늘어난 말만큼 애교도 늘었다. 아니 애교라기보다 처세술이라고 할까 그런게 생긴거 같다. 화내는 엄마에 대처하기라든가 칫솔질은 살살해달라고 부탁한다든가 하는 것들. 그럴때마다 아, 이음이가 좀 컸구나한다.
할머니가게에서 나올때 할머니안녕하고 소심하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음인 인사하고 받는 걸 매우 부끄러워한다. 나랑있을땐 잘하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쑥쓰러워 이름도 나이도 말해주지 않고 인사도 안한다. 그런 이음이를 볼때마다 밖에 나가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은 엄마로서 자책도 많이 했더란다. 아무튼 이음이가 조금씩 엄마외의 사람들과, 세상들과도 인사를 하려고 하는거 같아 기쁘다.

(유달산 일등바위까지 가보려다 너무 추워서 반만 올라갔다. 풍경보며 놀다가 작은 눈사람 만드는 중)


(밖에 나간 아빠를 기다리며 문앞에서 놀고 있는 이음, 여울)

(눈오고 춥기전에 봄날같았던 어느 하루, 자연사박물관앞에 있는 마당에서 함께 노는 이음, 여울)

​​

(청년귀농귀촌캠프중에. 낯선곳에서도 울지 않고 늦게까지 잘 지내줘서 고마웠어 이음아)

​​

9개월이 지나서도 이가 하나도 나지않던 여울이도 밖에서 지내고있는 동안에 아랫니 두개가 빼꼼하고 올라오더니 쑤욱 자릴잡았다. 잼잼과 짝짜꿍에 이어 곤지곤지도 제법하고 빈그릇에 숟가락질을 하며 놀기도하고 약3초씩 서있기도 한다. 형처럼 돌전에 걸을 것 같다.

(할머니집 베란다문 붙잡고 서있는 여울, '나 대단하지')

 

('이렇게 이렇게, 밥도 많이 먹을꺼야')



집나온지 20일이 지났는데 그 20일동안 애들이 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저녁밥을 먹다 어머니께 그런 얘길 드리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밖에 나와 있응께, 아무래도 더 야물라졌겠지."

 어쩌면 익숙하고 익숙했던 집이 아닌 곳에서 바라보니 아이들이 더 도드라져 보인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하다. 집밖에서 더큰 세상을 맞닥뜨리며 애들이 크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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