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 방/공책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과연

 잔잔 2014. 7. 10. 00:16

 

 

 

제목은 별로였다. 몰락선진국이라는 말도, 옳다는 말도 별로. 그런데 책 속에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쿠바에 대해서는 사실, 느긋한 사람들, 음악이 나오면 거리에서건 어디서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일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커피향좋은 나라랄까, 그런 낭만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쿠바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다.

일단은 책에서 재밌었던 부분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옮겨두었다. 쿠바역사관련 책을 읽으면 다시 정리해서 라디오에 글을 올려야지.

 

 

 

 

 

 

 

2 비바람을 견뎌내는 을 만들다

 

●영화 <CHE 체, 28세의 혁명>, <체, 39세의 이별편지>가 상영된 적도 있어서인지 쿠바가 주목받고 있다. 41

 

 

●주택문제에 열중하는 NGO인 해비타트 쿠바의 건축가 테레사 비비르가 지적하는 대로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쿠바에는 빈민가나 홈리스가 없다.

"수입에 따라서 소득의 10%로 집을 빌릴 수 있고, 20년 후에는 그 집이 거주자의 소유가 됩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이나 마찬가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고 셋집의 경우라도 집세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가난한 사람도 홈리스로 전락하지 않게 했다. 열악한 주택은 줄고 전기와 수도 같은 공공인프라도 정비되었다. 하지만 낙관이 길게 계속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많은 주택이 낡아 있을 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부족해 주택 문제는 쿠바 사람들의 불만 목록 가운데 맨 위에 올라 있다. 57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는 부동산업이란 것이 없다. 혁명 이후 정부는 시민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했다(2011년 6차당대회에서 1959년 혁명 이후 처음으로 주택 매매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자기가 살고 있는 현재의 집과 농촌의 한 채만 소유할 수 있다. 때문에 토요일 아침이 되면 쿠바 속어로 '페르무타(집의 등가교환제도)'라 불리는 물물교환을 통해 새로운 집을 찾으려는 시민들이 카피토리오에서 아바나 만을 향해 난 큰길인 파세오데르프라도에 모여든다. 그것은 수십 년간 계속돼온 습관이라고 한다. 61

 

 

●"즐거워 보이죠? 모두 여기서 얘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됩니다."

바요나의 말처럼 필사적으로 물건을 찾는 절박감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집에 관한 것은 제쳐놓고 세상돌아가는 얘기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게다가 이 교환은 문자 그대로 교환이어서 금전 거래는 일절없다. 구체적으로 거래를 성립시키기까지는 정부가 허가가 필요하고 거의 대등한 자산가치의 교환임을 보증하기 위한 감정이 이뤄지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평등을 지키기 위한 배려는 얄미울 정도로 철저하다.

하지만 금전을 동반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원칙이고 실제로는 돈이 움직이고 있다. 또 넓은 집과 좁은 집과의 교환도 이뤄지고 있다. 그 복잡한 거래를 그린 영화 <세 페르무타>가 1983년에 이미 제작되기도 했다. 62

 

 

●적은 자원으로 더 좋은 집을 만들어 누구나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공동체 건축가 프로그램의 발상은 많은 개발도상국의 관심을 끌었다. (...) 주택청의 바스케스는 말한다.

"멕시코, 자메이카, 브라질에서도 쿠바의 실험을 연구하는데, 쿠바의 건축가들이 지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나라의 주택 문제 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콜림비아의 대학에서는 '사회적인 건축학부'를 설립했습니다. 쿠바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동체에 의해 주택문제를 개선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83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과거 5천년의 인류 문명에서 가장 많이 폭넓게 사용된 지속가능한 재료들은 붉은 벽돌, 목재, 그리고 로마시대의 시멘트입니다. 우리는 지금 다시 한 번 그 것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근대 과학 및 기술의 진보를 활용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자재는 현재의 주택부족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석유, 유리, 티타늄 등 근대적인 자원이 고갈되어 더 이상 얻기가 불가능하게 되는 장래의 대체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박사는 말한다. 91

 

 

●(건축자재로 대나무를 활용하다)

-실험프로젝가 목표로 한 것은 다음 세가지였다.

1. 친환경 자재 제조를 위한 분산형 인프라를 해당 지역에 세운다.

2. 현지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 가능하도록 워크숍은 현지 기업이 운용한다.

3. 이용 가능한 자원에 대응하여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우선순위에 따른 건축자재 배분을 위한 방침과 전략을 확립한다.

그 결과 외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에서 건축자재 제조가 가능한 워크숍 네트워크가 조직되었고, 대부분의 워크숍은 현지 기업을 통해 유연하고 효울적으로 운영되었다. 94

-부학장에 의하면 대나무를 이용하는 공장은 36곳이나 있고 대나무를 분쇄하는 기계도 대학에서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2008년 말에 우선 2천 헥타르의 대나무 숲이 재생되었는데, 이것ㅁ나으로도 연간 약 2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96

(현지생산, 현지소비로 고용창출)

-이러한 움직임은 주택제도 자체를 근간부터 바꿔간다.

"우선 중요한 것은 생산이 곳곳에서 이뤄지면서 수송 수요를 최소한에 그치게 하는 것입니다."

마르티레나 박사는 제조공정 자체에서 에너지 절약이상으로 원거리수송의 낭비를 줄이는 것을 친환경 자재보급의 중요한 목표로 든다. 96

(마이크로 크레디트(소액신용금융)으로 자원을 움직이다)

-박사는 지방정부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방정부에는 우리가 사용할 자금이 없습니다만, 자원은 잘만 하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자원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워크숍을 세우면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자재는 공급할 수 있습니다. 또 각 가정은 무니시피오와 계약합니다. 돈이 없기 때문에 융자가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은행에 손을 써서 융자 신청의 방법을 가르쳐드립니다. 이율은 연 2~3% 정도로 낮고, 우리는 융자를 통해 자재를 제공하고 그들은 그 자재로 집을 지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오르 인민은행은 저소득 세대 대상으로 자금을 대출하는 은행이다. 모든 것을 정부가 도맡아 관리하는 것이 쿠바의 특색이지만, 마이크로 크레디트 자금으로 주민들에게 친환경 자재를 이용해 집을 짓도록 하고 그것을 친환경 자재 산업의 고용으로 연결해간다는 발상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의 그라민 은행과 어딘가 닮아있다.  99

 

 

 

 

 

3 굶어죽지 않기 위해 식량을 확보하다

 

 

●라울이 2008년 2월 정식으로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해 바로 손을 댄 것이 비효율적인 관료제도의 재검토였다.

"국가의 제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집하장에 보내오지 않기 때문에 작물은 썩고, 필요한 때 자재 공급도 안 되고 농민들을 방치하게 된다."

이러한 생산자의 불평불만에 대해 라울은 아바나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던 농정 업무를 약 100개의 지방위원회에 위임했다.

"지방정부의 직접지원. 이것이야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입니다. 이제 일할 맛이 납니다. 이제까지는 하고자 하는 의욕도 일지 않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산티아고데쿠바 주에 있는 협동조합의 생산자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아바나대학 부속 쿠바경제연구소의 알만도 노바 교수는 농업활성화의 열쇠는 분권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138

 

 

●"가축을 키우려면 우선 무엇이 필요한지를 배워야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료용 곡물의 종자를 관리, 보존하고 어떻게 사료를 만들면 좋은지, 단백질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배우는 워크숍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돼지 네 마리, 닭 여덟 마리로 45일간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가 현재 기르고 있는 것은 돼지 20마리, 닭 100마리, 젖소 한 마리, 그리고 경작용 수소가 네마리다. 152

 

 

●페드로 펠리페 곤잘레스도 50종의 콩을 재배하고 있다. 한대는 200종류나 재배하던 적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종자를 널리 보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우리의 투쟁이기도 합니다. 가령 어떤 농민이 종자를 잃어버린다 해도 다른 농민이 제공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서는 '다양성 전시회'를 통해서 종자를 무료로 서로 나누어 가진다. 실제 그렇게 나눈 콩이 허리케인에당한 다른 피해 지역을 구하기도 했다. (...)

종자의 다양화가 소규모 농가의 소득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리오스 박사는 강조한다.

생산성을 향상하려면 자재를 투입해야만 한다는 발상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처음에는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새로운 종자를 손에 넣는다든지 기술혁신을 통해서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농민들의 요구도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적 노하우를 전통기술과 묶는 프로젝트는 식량증산과 소득 향상뿐 아니라 토지와의 유대감을 강하게 해 지역의 자립과 분권화를 촉직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리오스 박사는 소규모농가가 농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농민들이 농정현장에서 발언권을 가지는 것. 농민들이 더욱 더 활발하게 목소리르 높여 개혁에 직접 관여할 때 나라가 얼마만큼이나 진보할 것인지에 대한 사례로 들고 싶은 것입니다." 156-157

 

 

●유기농업의 사고 방식도 우리와는 다르다. 쿠바의 유기농업 교과서를 보면,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슈타이너, 영국의 앨버트 하워드 경, 미국의 로딜, 호주의 빌 몰리슨, 일본의 오카다 모키치 등 자연농법의 대가들이 소개되고 있다. 때문에 유기농업이라고 하면 대개 맨 처음에 안전, 안심, 무농약, 무화학비료 재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쿠바의 농림업기술협회의 계발 책자에는 '안전'의 'ㅇ'자도 나오지 않는다. 우선 기본으로 소개된 것은 생태농업이고 목적으로 내걸린 것이 지속가능성이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는 기술수법의 하나로 퍼머컬처와 자연농법, 바이오다이나믹 농법등을 나란히 놓았다. (...)

맨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자급이고, 아래로 환경보전과 소비자 의식의 계발, 적정 기술의 적용을 들고 있다. 지식이 개인에게 독점되지 않고 사회에 의해 공유되며 문화에 의해 통합되는 농업이 이 나라에서는 '유기농업'인 것이다.

안전성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면 좀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마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일본 농림수산성의 연구자였던 아다치 교이치로는, 그것은 미국이 일본 국민의 관심을 유기표시의 적정화라는 하나의 점에 수렴시키려는 '전략'을 취한 탓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죽, '유기=안전'이라는 발상에만 주목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유통 대상의 유기농산업에 말려들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생태농업의 일인자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미겔 알티에리 교수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유기식품의 매출이 연간 20-25%로 급증하는데 50만 달러 이상을 파는 2%정도의 대규모 기업농장이 생산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소규모 유기농가들은 시장경쟁에서 탈락해가는 현상을 지적한다. 알티에리 교수는 현재 미국의 유기 인증제도에 농장 규모의 상한 제약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 농장일수록 유리하고, 사회적 기준이 없는 탓에 친환경적일지는 몰라도 농장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혹사시키는 기업적 농업이 유리하게 되어버렸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의 지적에 비춰본다면 유기농업의 '사회성'을 중시하는 쿠바의 방식이 꼭 이상한 것만은 아닌 셈이다. 164- 165 (칼럼4, 도시농업과 유기농업)

 

 

"친환경적인 접근에서가 아닌, 순전히 어려운 경제상황으로부터 유기농업의 필요성이 나왔던 것이죠. 농약과 화학비료를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하는 품종으로는 재배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명백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발상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겁니다."

이것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했다. 가령 투입자재가 적어도 품종선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판명된 점. 그리고 저투입조건에 걸맞은 유전자가 재래품종가운데 있었다는 점.  171

 

●리오스 박사가 신품종과 미지의 품종을 농민들에게 소개하면서 독자적으로 생각해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앞에 언급했던 종자전시회다. 전시회는 전국농업과학연구소의 실험장에서 열려는데, 처음에 농민들은 이 새로운 시도에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실용품종과 지역의 재래품종을 포함해 옥수수 92종과 콩 63종을 모았다. 호기심으로 참여했던 농민들은 감동했다.

"전시회를 통해 작물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농민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자신의 밭에서 시도해보라고 농민들에게 씨앗을 고르게 했습니다. 요컨대 많은 선택지 가운데 농민 스스로가 씨앗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선별이라는 것이 육종가에게만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게 입증된 것입니다." 173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익성을 측정, 비교한 결과 4년간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민들의 86%에서 긍정적인 진전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불과 이전의 몇 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 자금과 에너지로 기존 근대농업의 수확량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농민들에게는 기업가의 능력이 있습니다. 농장이 연구실이 되면 혁신과 기술보급에 들어가는 경비도 내려갑니다. 쿠바에게 저투입형 농업과 참여형 품종의 경험은 경제위기에 대응한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진정한 개발'의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이 경험은 다른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들과도 서로 나눠가질 수 있고, 이미 전역에 퍼져 쿠바와 비슷한 성과를 낳고 있습니다." 180

 

 

●제 1회 세계우기종자회의장에서 우수 사례로 발표된 것이 리오스 박사의 쿠바경험이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도 농장의 품종개량과 재래품종의 확보에 자금을 제공한다고 공약하고 있다.

박사는 지속적 농업의 권위자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7년 2월에는 영국의 녹색당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기조강연도 했는데, 정작 강연에서는 문자정보 이외의 지식 전달도 중요하다며 살사를 노래했다.

"만약 내가 국제학술지에 어떤 논문을 발표해도 전 세계에서 수년간 150명 정도가 읽는 것에 그치겠지요. 하지만 만약 농업음악 CD를 만들면 하루에만도 3,000명의 지역주민이 그것을 듣게 됩니다."

때문에 지식의 보급에는 음악을 포함한 문화운동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음악대국 쿠바이고, 떠돌아다니며 밴드생활을 했던 박사만의 그 무엇이 있는 모양이다. 지방농업개혁프로글매을 보급하고 있는 배경에는 농업과 음악이라는 뜻밖의 유쾌한 접점이 있었다. 181

 

 

 

 

4 국민의 참여로 안전사회를 실현하다

 

 

●"학교나 안전한 가택에 대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구와 친척 집에 대피하는 계획을 미리 세우고 있는 것이죠. 이번 5월 16-17일에도 '메테오로'를 실시합니다."

서기장이 말하는 메테오로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안전한 가택에 사는 사람들이 위험한 가옥에 사는 친척과 친구를 받아들이는, 서로 돕는 연대정신이 사회에 고루 퍼져 있다는 사실이 이런 대피를 가능하게 하는 이유다. 카트리나보다 더 강한 허리케인의 내습을 몇번씩 받으면서도 미국과 달리 사상자가 거의 전무에 가까운 이유는 주민의 자발적인 대피와 그것을 지원하는 정부의 방재 체제에 있다. 그리고 대피는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다. 194

 

 

●하지만 해저드맵(재해예측도) 만들기는 중앙정부와 주,무니시피오 정부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공동체 차원에서도 패밀리닥터, 쿠바여성연매으 혁명방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GIS를 보완하고 있다.

"내가 담장하는 지구의 한 건물에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있고, 어떤 아파트의 2층과 3층에는 두살 이하의 아이를 가진 미혼모가 11명 있습니다. 같은 블록에는 임신중인 여성도 두명 있습니다. 그녀들은 대피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고, 대피소에서도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하겠죠."

특별히 내세울 만한 복잡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대피시에 누가 도움이 필요한지, 누가 거들 것인지 사전에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197-198

 

 

●말할 것도 없는 것이지만 쿠바 최대의 고용기관은 정부이다. 떄문에 정부가 재해 복구를 우선하면 일을 미뤄둔 채로 각 직장으로부터 인원을 동원할 수 있다. 직장에서의 생산 손실도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부담하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국내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손실 부분만 주목한다면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조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쿠바에서는 피해지역만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평등하게 아픔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어느 무니시피오의 대표가 허리케인 미셸이 지나간 뒤에 내비친 감상은 그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 돕고 그것이 큰 차이를 낳습니다. 모든 사람이 청소 작업을 돕고 트럭들이 쓰레기를 전부 나르면 사나흘 ㅁ나에 도시의 정리 작업은 마무리됩니다. 모든 이들이 수리와 재건에 자신들을 쏟아 넣은 것이죠. (...) 각 직장도 종업원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어떤 직장에서는 유급으로 자원봉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모두를 생각합니다. 이것이 진정 인민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연대가 모든 것의 열쇠입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못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더욱 전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204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의 지리와 기상학 과목에서 허리케인과 재해예방에 대해 배웁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허리케인의 기능과 구조에 대해 한층 더 깊이 배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어릴 때부터 허리케인이 무엇인지를 잘 자각하고 있습니다." (...)

사람들은 안전을 우선하는 정부를 신뢰하고, 동시에 재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가 자신이라는 점도 자각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안전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207-208

 

 

●두번의 허리케인으로 전국에서는 2,000곳 이상의 학교가 파괴되었고, 로스파라시오스에서도 지구 내 43개의 모든 초등학교가 피해를 입었다. 수리에 필요한 자재는 있었지만 정부의 복구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라파엘 모랄레스 초등학교는 재빨리 11월초에 복구되었다.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쓴 것일까?

이 학교에는 그것을 가능케 한 비밀병기 '그린 맵'이 있었다. 그린 맵이란, 지역 내에 있는 문화자원과 환경자원을 지도에 넣어 전체를 내려다보는 지역 만들기에 활용하는 것으로. 미국에 있는 모던월드디자인사를 창설한 웬디 E. 브라와가 1992년에 생각해낸 마을만들기 기법이다. 참여자는 지역 내에 있는 자원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고 공동체의 귀속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지역활성화와 환경보전에도 도움이 된다. 1995년경부터 다른 나라에도 보급되기 시작해 현재 54개국 500여개의 도시와 마을, 지구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그 발상과 수법은 미나마타시의 요시모토 데츠로가 초안한 '지역학'과도 닮아있다.

(...) 환경자원을 한 장의 종이에 도표로 그려내는 작업은 지도라는 성과 이상의 부산물을 낳았다. 212

(지역학으로 지역의 과제를 해결하는 어린이들)

센터에서는 그린 맵에 새롭게 가입한 사람들과 교사를 대상으로 매뉴얼과 입문용 비디오도 제작하고 있다.

비다르트한테서 받은 DVD를 보면 아이들이 패밀리닥터의 의원과 공원등을 지도에 넣고 환경에 오염된 지역도 확인해서 지도에 넣는 모습이 나온다. 만약 여기까지라면 단순한 종합학습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발표 시간에는 지역의 어른들도 참여해서, 아이들에게 오염지구와 쓰레기장을 지적당하고 반성하는 혁명방위위원회의 위원장과 지역의 행정가들이 등장한다. 단지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의 어른들을 끌어들여서 어떤 지역을 개선할지 서로 얘기를 나눠가는 것이다. 216

 

 

 

 

5 돈과 물질보다 문화를 소중히 하는 나라

 

●쿠바는 투자 효율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으로 주민 요구에 대응해왔으나, 정부의 예상과 주민의 요구가 일치하지 않아 오히려 예산 낭비를 낳을 뿐이었다. 더욱이 예산도 자원도 거의 바닥난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획일적 서비스로는 더욱 더 여러 문제들에 대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시도된 것이 이전에 간과되었던 무니시피오와 커뮤니티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인민위원회(콘세호 포풀라르)'의 창설이다. 위원회는 1988년에 시범적으로 설립된 뒤 4년 후에는 전국적으로 만들어져 현재 아바나에만 105개, 전국에 1,505개나 있다. 우리가 행정구역들을 병합해가는 것과는 반대로 가는 셈이다. 238

 

 

●1995년부터 주도적으로 민중교육을 진행시켜온 단체는 NGO인 마틴루터킹 기념센터이다. 현재 센터 산하에는 지역개발과 커뮤니티 워크, 젠더와 민중교육, 유기농업, 환경교육, 생태농업을 다루는 100개 이상의 네트워크가 움직이고 있다. 민중교육의 아이디어 그 자체는 '자유의 실천으로서의 교육'과 <페다고지>로 알려진 해방을 위한 문맹퇴치에 힘을 다한 브라질의 교육자이자 철학자인 파울로 프레이리가 개발하고 라틴아메리카에서 널리 이용되는 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242

 

●"이번 논의에서는 관료제도로 거대해진 풍차 같은 조직, 대담함이 결여된, 인민의 목소리보다도 위로부터의 지시를 신경쓰는 조직과 싸워야만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어찌 보면 사소한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커다란 공헌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쿠바가 사회주의를 완성하려면 풀뿌리에서부터 본질을 탐구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하향식으로 경직된 권위주의적인 방법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주의를 주도하는 참여형의 방법에 민중교육이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마틴루터킹 센터의 조엘 스아레스)" 247

 

●<테마스>의 라파엘 이란 에르난데스 편집장은 관료와 정부만을 비판하는 거은 오류이고, 경직된 지성은 관료뿐아니라 많은 시민들에게도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발상과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을 찾으러 관청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들은 우리 근처에 있습니다. 시민들 안에 변화와 역행하고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특정문제를 공개해서 논하는 것을 거부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토론과 비판을 화제로 하면 바로 검열, 규제, 관리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 스스로에게 토론문화가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코 입에 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그것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맨 밑바닥에서부터 토론 문화를 소중히 키워나가야만 합니다."

2007년 7월 26일 혁명기념일에 라울 카스트로가 호소하면서 각 직장, 공산당과 전국 각지에서 공개토론이 벌어졌는데 그는 이것을 높게 평가한다.

"오늘날의 쿠바는 전례없는 지적운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사회적 에너지가 모이고 있습니다. 라울의 호소는 '엇갈림'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얘기가 일치하는 것만으로는 토론이 되지 않습니다. 토론이란 서로 입장을 존중하면서 엇갈림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248-249

 

 

●훌리오 세사르 페나는 쿠바를 대표하는 판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다소 특이하다.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고 사랑하고 담배를 피우는 해골들. 왜 이렇게 그는 해골을 고집하는 것일까.

"꼭 묻는 질문입니다. 죽음과 관계있냐는 얘기도 듣습니다만, 그건 아닙니다. 피부색이 다를 뿐, 한 꺼풀 벗기면 인간은 모두 같죠. 인간의 진실한 마음, 본래의 삶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해골로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251

 

 

●쿠바혁명을 더듬어 올라간 소설 <고양이의 비행>의 저자이기도 한 아벨 문화부 장관은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문화 수준과 윤리적인 가치관과의 격차를 지각했습니다. 그래서 인민에게 문화를 가져다주는 계획을 시작했죠. (...) 예를 들면 '만인을 위한 대학'이라는 교양 TV 프로그램은 외국어와 예술 감상부터 지리학, 에스파냐어 문법, 쿠바사와 세계사, 비교종교같은 것까지 다룹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되도록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이른 아침과 밤 사이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또 예술 교사를 양성하는가 하면 지역공동체 안에서도 문화 관련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문화야말로 사회 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습니다." 260

 

 

●(사람이 존엄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다)

-1982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이 된 아바나비에하의 옛 시가는 쿠바에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관광명소이다. 287

 

-1994~2004년에 걸친 이 복원과 안전에 관한 대처는 2005년 9월의 유네스코 보고서인 <유별난 경험: 세계유산, 올드 아바나의 종합 매니지먼트 모델의 평가>에서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유네스코의 컨설턴트로 일하는 네덜란드 건축가 실비오 무타르와 에콰도르의 건축가 페르난도 카리온은 이 보고서에서 지구 보전의 세계적 모델로 거듭 칭찬하고 있다.

아바나에 있는 유네스코의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문화ㅏ무소의 하만 대표도 "역사적인 고증성과 서민의 즐거움 모두 손상하지 않고 이룬, 역사적 유산 보호 공간의 모델입니다. 스스로 이익을 만들어내면서 사회, 환경, 문화적 사업에 투자하는 모델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도시가 그 주민을 위해 있으면서 주민도 도시나 유산과 있는 그대로 어울리는 것입니다"라고 칭찬한다. 302

 

-'노스탤지어!' 무의식중에 그 말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하지만 가로등 안에 들어있는 것은 최신식 에너지 절약형 전구이다. 그리고 광케이블이 각 호텔을 네트워크로 묶고 있다. 그래, 여기는 단지 고풍스러운 곳이 아니라 '그리운 미래'인 것이다. 305

 

 

 

저자후기

2009년 3월에 공개 세미나인 '순환형 사회를 만드는 법'에서 환경 문제에 밝은 에다히로 준코씨,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나이토 코 씨, 그리고 작가인 이시카와 에이스케 씨, 저널리스트 기시카와 유코씨 앞에서 쿠바의 사례들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는데, 이시카와 씨가 그 자리에서 이렇게 감상을 얘기했다. 에도시대 전문가가 "자원이 한정된 사회에서 인간의 행동 양상에는 공통점이 있다"며 쿠바와의 유사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을 보고 새롭게 '팍스 도쿠가와나 250년'이 가지는 의미를 실감했다.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