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쌩 방/의자

반측성 안면경련 - 이상 증상과 수술까지

쌩쌩 2021. 11. 2. 20:26

2016년 어느날 쯔음 처음으로 왼쪽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닌듯한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눈을 위로 치켜 올렸을 때 확연히 나타났고, 그 다음에 눈가에 경련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내 얼굴이 아닌듯한 느낌은 사라졌는데... 다시 몇 달 있다가 같은 증상이 나타났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의 증상은 경련이 아닌 묵직한 느낌적인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 된다. 그렇게 무심히 지나가버렸었는데...

 

 

2017년 말 점점 더 안 좋아지더니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아무래도 신경외과를 통해 진단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경련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상한 느낌이 오히려 더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서 병원에서 MRI를 찍었고 의사선생님이 혈관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라고 죽을 병은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MRI CD를 받고 몇 일 후 다시 광주전남대 병원에 예약을 해 확실한 진단을 받았다. 전남대병원 의사선생님께서 바로 화순병원에 수술하는데 소개 해 줄까 하셨는데.. 일단 미뤘다. 무섭기도 했지만, 당시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고 죽을병도 아니라기에 좋아 지겠거니 하면서 그렇게 마무리를 하였다.

 

 

 

 

그러고 18년부터 21년까지 오랜시간동안 참고 견뎌 왔다. 얼굴도 엄청 찌그러진 것 같고 입도 돌아 간 것 같았는데 거울을 봤을때는 특별히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고 대화를 할 때나 무언가에 집중할 때면 오히려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니 그냥 버텼다. 특히 깊은 심호흡을 하면 얼굴의 묵직한 느낌과 경련이 사라지니 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곤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딱 3초 유효했다.

 

 

그러다가 힘들어 질 때면 인터넷을 통해 약물치료, 보톡스, 미세감압술, 수술비용, 수술부작용을 숙지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같은 내용임에도 또 읽어보고 그러기를 여러번,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완치가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는데, 계속 뒤로 미루고픈 마음이 큰지라, 그리고 이 수술이 점점 안좋아지기는 하지만 딱히 수술 적기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먼저 근처 동네병원에서 약물처방을 받아보았다.

 

 

보톡스 처방 같은 경우는 전남대병원이나 서울로 가야 하는 것 같아서 약물처방이 효과가 있기를 내심 바랬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가장 힘든점은 내가 피곤한건지 이 안면경련 때문에 피곤하다고 느끼는 건지 구분이 안되는 거였다. 그러니 늘 피곤한 기분이 싫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을 지속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으로 생각은 바로 경련에 집중되기를 무한 반복하였고 특히 잠을 자기 전에는 어찌나 많이 떨리던지 잠이 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대인 기피증에 따른 우울감이 가장 많이 언급되던데, 그것은 윙크하는 거 아니고 제가 이런 병이 있다고 사전에 알리는 편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도 아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리는 거지, 장사를 하다가 대화가 시작될 때는 그럴 수가 없으니, 불편하고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수술 가기 전 반측성 안면경련 현상

 

결국 마음 단단히 먹고 수술하기로 결정을 하고 바로 화순전남대 병원에 예약을 하였다. 그 긴 시간동안 참고 견뎌왔는데, 수술하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이 된 것 같다. 서울 같은 경우는 수술 날짜를 잡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지만, 화순전남대병원에서는 빈 수술 시간들이 있는 건지, 운이 좋았던 건지 거의 일주일만에 입원하고 바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수술하기 전에 기본적인 이런 저런 피검사 등을 받았고, 수술 하루 전날 입원하고 자정부터 금식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수술을 받았다.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해서 잔잔과 엄마가 애를 먹긴 했다. 입원해서 보호자가 같이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급박하게 일주일이나 휴가를 받아서 잔잔은 옆에서 간호를 해야 했고, 엄마는 우리 집으로 애들 아침 저녁 차려주고 출퇴근 하게 되었다. 모두 감사합니다.

 

 

입원해서 수술 받기 전 누워있는 모습
수술 대기

 

수술 부위 머리카락을 밀고 십자 표시
수술 부위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 난 왼쪽 얼굴에 경련이 있으니 왼쪽 귀 옆 뒤쪽을 절개해 구멍을 내고 신경과 뇌혈관을 분리하는 미세감압술을 진행한다. 마우스피스도 만들었고 금식도 했고, 속옷 벗고 수술복 입고 수술실로 간다. 수술실은 춥더라 그리고 이름 확인, 호흡기를 입에 대고 한 15번 정도 들이마시고 내 뱉었던 것 같다. 그동안 생각한 것은 왜이리 마취가 빨리 안되지 하는 생각, 그리고 기억이 없다. 나중에 회복실에서 간호사가 막 부르고 깨운다. 자면 안 된다고 하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입원실로 돌아와 두 시간 동안 자기 호흡으로 호흡을 해야 하니 잠을 자면 안된다. 전신마취때 호흡을 도와주기 위해 관을 삽입했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심호흡을 계속 해야 한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몸은 어찌나 떨리던지 이불 세 개 덥고 있었는데 1시간 정도 지나니까 겨우 가라 앉았다. 계속 심호흡을 반복하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있었다. 목이 너무 탓고,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했는데.. 좀 많이 시간이 지난 다음에 물은 조금 마셔도 된다고 했다. 몇모금 밖에 못 먹지만 완전 생명수다. 오줌줄을 차고 있었고 머리 붕대는 완전 칭칭..

 

 

아팠다. 진통제가 떨어지면 아프고 진통제가 들어가면 가라앉고, 다음날은 붕대 풀고 소득하는데 무섭기도 하고 너무 아파서 아프다고 악을 질렀던 것 같다. 첫날 아침 점심 저녁은 죽이 나왔고, 늦게 오줌줄을 풀고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조금 멀미 같은 느낌이 있어 어지럽긴 했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걸어다닐만 했고, 밥도 잘 먹었다. 아침에 소독할 때가 다가오면 어찌나 긴장되던지.. 원래는 실밥(철심 박혀 있다.) 다 뽑고 퇴원하기로 했었는데 수술 후 5일째 되는날 퇴원하였다. 특별히 청력에 문제가 있다거나, 안면마비 등 다른 안좋은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매일 소독만 해 주면 되는지라 빨리 퇴원했다.

 

수술 후 꼬맨 자국
수술 부위 상처 자국

 

수술이 끝나고 얼굴이 떨리는 증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 수술 끝나고 9일째다. 지금까지 아무 증상이 없다. 지금 어찌나 좋은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때까지 머리를 감지 못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책을 읽을때 영화를 볼때 잠을 잘 때 대화를 나눌때 숨을 쉴때 난 왼쪽 눈을 크게 뜰수 있다. 5년 넘게 있었던 경련이 사라지고 무엇이든 집중할 수 있다. 숨을 쉬면서 왼쪽 얼굴이 당겨지지 않고 떨리지 않는구나 하고 매분 매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올라오고 그냥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할껄 이라고 후회할법도 한데.. 그냥.. 때가 돼서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 수술비용은 각종 검사비, 수술비, 입원비 대충 다 포함해서 3백여만원 든 것 같다.(실비보험처리되겠죠? 15년 동안 넣은 실비보험 처음으로 청구해 보는 건데..) 앞으로 회복 잘 되고 아무런 부작용이 안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도 소독을 했고 낼 부터는 조금씩 실밥을 뽑을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청력검사 하러 병원에 가고 진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