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쌩 방/빔 프로젝터] - 넷플릭스 지옥 '소설 읽는 방법'으로 감상해 보기
스마트 도서관에 지옥 웹툰이 대출 가능으로 있었다. 지옥이 24시간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찍고 있는 현실에 대출 가능이라니, 바로 가서 아침 10시 대출 가능시간에 맞춰서 기다렸다 바로 들어가 빌려왔다.(나 같은 놈이 있을까 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스마트 도서관도 처음이었는데, 터치 화면에서 책을 선택하면 기계 안에서 막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책이 자판기처럼 나왔는데 무척 신기했다. 드라마를 완주하고 간략히(?) 감상기를 쓰고 난 후, 이제 웹툰을 읽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생각난 점들이 더 있어 추가 후기를 적어본다.
'지옥'이라는 단어는 당연히 죄를 지은 사람이 죽어서 고통 받는 곳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지옥이 실제 있는지 없는지 간에) 그래서 '넌 지옥에 간다'는 박정자의 죽음 고지 영상을 보면서 정진수 의장의 주장(신의 천벌 등)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중에 반전인 듯 정진수 의장의 의도가 나왔지만, (그래서 반전은 더 극적이었다.) 만약에 '넌 고통스럽게 죽는다'라고 하면서 죽음 고지 영상이 나왔다면, 의미를 찾는 인간의 습성상 마찬가지로 정진수의 주장에 자연스레 이야기 몰입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지옥'이라는 단어는 확실하게 시청자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어찌 보면 '지옥에 간다'는 고지가 없다면 새진리회는 아주 쉽게 무너져 버릴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 힘이 떨어질 것 같다. 그렇다면 애초에 '지옥에 간다'란 문장은 작가가 아주 특별하게 선택한 문장이 된다. 이 문장이 아니면 안 된다. 아주 특별한 단어인,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어떻게 신의 개입을 상상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 그냥 랜덤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진수 의장의 거짓으로 만들어진 새진리회란 사실을 알았다 할 지라도 인간의 습성상 그 '지옥'이라는 단어로 의미 찾기는 계속될 것 같다.(조직을 만들어 새진리회에 대항할 수는 있어도, 소도를 만들어 사람들의 증발을 도울 수는 있어도)
'지옥'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을 붙잡고 가두는 논리적 틀이다. 그래서 소도의 교수님이 말하는 '죽음 고지와 시연은 자연적 현상'이라고 정의 내리는 부분은 '지옥'이란 단어에 의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럼 다시 드라마에서 나온 '원죄론'적 해석을 가하게 된다면 왠지 신은 무작위적으로 원죄가 있는 인간을 죽이는 죽음의 신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원죄가 아니라면 신의 눈 밖에 난 어떤 행동이든 죄인거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 해석들이 튀어나온다. 우리는 '지옥'이라는 단어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지옥'이라는 단어의 감옥에 갇혀 버린다. 우리 현실은 지옥이라는 단어 자체를 지워 버리지는 못해도, 지옥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단어이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아주 구체적이다. 인간은 이 '지옥'의 현실에서 무엇이 될 것인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살 것인가?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이 지옥에 간다.> 란 문장은 사실 형용모순이다.
퇴고가 절실히 요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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