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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드라마<유나의 거리>'김창만'이 사는 법

 잔잔 2014. 11. 1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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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잘 안본다. 막장이고 뻔하고 맨날 기승전연애인 사랑타령에다 등등. 모든 한국드라마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비판에 어쨌든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드라마를 즐겨본다. 나의 드라마역사는 <보고또보고>로 시작되었다. 내용은 잘 기억안나지만 거기 나온 김지수언니를 따라 옷입는 것에 나름 열중하던 때가 있었다. 아무튼 중고딩때는 집에서 방송삼사 월화수목주말드라마와 단막극, 방학땐 아침드라마, 저녁드라마까지 챙겨보기도 했다. 그리고 스무살때부터 서울 살면서는 못봤다. 스물 이후부터 내가 사는 곳엔 텔레비젼이 없었고 세상밖에 던져진 나는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하지만 그래도 보고싶은 드라마는 챙겨서 봤다. 나는 드라마를 사랑했다. 그리고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그리고 또 여전히 드라마가 나에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고 있다.

 

드라마 <유나의 거리>는 jtbc의 50부작 특별기획 월화드라마다. 우연히 30분짜리 티져영상을 보고 맘에 들어 보게 되었다. 막 <밀회>를 다 보고난 다음이었다. <밀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그려졌던 방식과 <유나의 거리>에서 가난한(가난한이라고 해야할까,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게 맞을수도)사람들이 그려지는 방식은 달랐다. 가난하지만 늘 걸레질을 하고, 부지런하고, 올곧은 어떤 교훈적인 느낌이 전자에서 표현됐다면, 후자는 결이 다양한 사람들이 그려지는 거 같았다(물론 <밀회>는 밀회나름대로 재미있었고 선재가 늘 자기먹은것을 치우고, 방을 닦던 모습은 맘에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짧은 영상속에 그려진 <유나의 거리>속 사람들은 마음에 와닿고, 짠하고, 웃겼다. 어쩄든 이래저래해서 나는 <유나의 거리>를 보기 시작했다.

 

 

 

 

 

 

 

 

1

 

<유나의 거리>의 주인공은 소매치기를 하며 먹고 사는, 당당한 눈빛의 강유나(강춘옥)이다. 어릴적부터 곁눈질로 아버지에게 소매치기기술을 배웠고, '바닥'에서 알아주는 '기계'로 통한다. 어느 날 유나는 자신이 잡은 '바지'에 집적대는 패거리로부터 '깝지'를 다시 훔쳐내 도망치다가 폐업한 식당에 숨게 된다. 그리고 그 식당에서 일하다 아홉달치 월급을 받지 못해 사장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공무원공부를 하며 살고 있는 창만이를 만나게 된다. 창만이는 쫓기는 유나를 숨겨주고 오천원만 빌려달라고 한다. 유나는 창만이에게 오만원을 주고 나와 집으로 갔다. 하지만 다음날 유나는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핸드폰은 창만이가 있던 식당에 있었다. 해서 둘은 다시 만나 밥을 같이 먹게 된다. 그리고 유나는 창만이의 딱한 사정을 듣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옆방에 살던 사람이 자살을 해서 방을 싸게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방을 구해준다. 그리하여 창만이는 유나의 옆방으로 이사오게 된다.

 

유나가 살고 있는 곳은 한만복이라는 전직 건달 현직 콜라텍 사장이 소유한 다세대 주택이다. 주인집까지 포함에 여섯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 '뺑끼칠(페인트칠)'을 하는 남편변씨와 콜라텍에서 '부킹언니'를 하고 있는 아내혜숙, 까페섬을 운영하며 꽃뱀으로 활동중인 미선이와 그녀에게 얹혀사는 유나, 한사장이 예전에 모셨던 전직 건달 장도끼할아버지, 한사장의 처남이며 콜라텍 지배인인 홍계팔, 그리고 한사장과 홍여사, 딸 다영과 아들 동민이, 이렇게 다섯세대와 새로 이사오게된 창만이까지 해서 여섯세대가 함께 살게 된다.

 

 

(다세대 주택에 사는 식구들 외에도 노래방을 운영중인 유나의 소매치기 선배 양순과 그녀와 결혼한 전직 경찰 봉반장, 그리고 장노인과 한사장의 건달 동생이며 고깃집하는 밴댕이사장, 유나의 동료소매치기에서 고물상후계자가 된 남수와 남수를 좋아하는 유나 후배 윤지등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50부작이나 되니 캐릭터들의 사연도 꽤나 자세히 전해준다.)

 

 

 

 

 

창만이가 이사오고 난 후부터 이 집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에 조금씩, 뭐랄까, 어떤 틈같은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삶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외로움이나 상처들을 창만이를 통해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창만이도 사람인지라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변한다. 아니 어쩌면 드러내보이지 않았던 다른 모습을 보게 된 것일수도.

아무튼, 도배부터 보일러, 컴퓨터, 전기, 게임기, 가구등의 온갖 수리와 잡일에 능한 손재주를 지녔으며 주변사람들을 믿고 챙기는 마음 씀씀이가 무척 깊고, 고졸이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양심에 대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보기 드문, 자칭 이병헌이라며 순진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청년, 바로 <유나의 거리>를 끌고가는 남자 주인공 김창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왜냐구? 부러워서. 처음엔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지, 싶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어떤 점에서 나도 그처럼 될 수 있다, 라든가 그와 같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걸 얘기해보려고 한다. 내 삶에 작은 부분이라도 그로 인한 파장이 일어난다면, 드라마가 나에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

 

#1

어느날, 홍계팔은 콜라텍에서 어르신들에게 가짜 비그라를 팔다가 걸린다. 이로 인해 지배인자리에서 쫓겨나고 벌금형을 선고받지만 돈이 없어 벌금대신 교도소 노역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창만이가 차차차콜라텍지배인이 된다. 창만은 한사장이 건달식으로(?) 운영하는 콜라텍이 맘에 들지 않아 일을 하지 않려고 했지만 창만의 능력과 됨됨이를 알아본 한사장은 고개를 숙이고 창만의 요구조건들을 들어준다. 그리고 창만이 지배인된 것을 축하하는 환영회가 열린다. 그날 밤 그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 홍계팔이 나타나 창만을 부른다. 계팔은 얄미운 말, 행동들만 골라하는데다 인상도 험해서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 개를 좋아해 개삼촌이라 불리는데 사람들은 그가 키우는 개들마저도 그를 싫어한다고 욕한다. 창만 역시 그가 달갑지 않다. 그래도 지배인 된 것을 축하한다며 화분을 들고 온 홍계팔. "이 화분에서 꽃이 필 때쯤 나는 교도소에서 노역을 하고 있을 거야..지배인 된거 축하한다, 창만아." 사람마음 무겁게 만드는 축하를 전하며 계팔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런 계팔이 못내 걸렸던 창만은 환영회 음식을 싸와 옥탑에 있는 그의 방에 들어간다. 방에는 홍계팔의 누나 홍여사가 빨래를 개고 있었다. 여긴 왜 왔냐는 물음에 자초지종을 설명한 창만.

 

 

 

 

 

"걔가 가뭄에 콩나듯 그런 짓 할 때가 있어."

"콜라텍 앞까지 화분들고 오셔서 진심으로 축하한다 얘기하고 갔어요. 들어가서 술 한잔 하자는 얘기도 못해드리고..엄밀히 따지면 제가 더 나빴어요."

"아니야. 창만씨는 나쁜 거 없어."

"아니에요. 제 자신은 제가 더 잘압니다. 제가 나빴어요. 저 내려가 볼게요."

"창만씨, 고마워."

"제맘 알아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밤, 술에취해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며 노상방뇨중이던 계팔은 창만에게 이렇게 말한다.

"창만아, 나 외롭다.")

 

 

창만은 자기 마음을 정확하게 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기 마음에 부끄럽지 않은 순간순간을 살아가기위해 애쓰며 그렇게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나는 11회의 이 장면들을 보면서, 창만이 가진 숱한 손재주들과 박학다식함보다는 그 점이 창만이 다른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함께 하고 싶게 하는 특별함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마음을 정확하게 본다는 것.

사실 홍여사말대로 창만이는 나쁜 게 없다. 하지만 창만이는 스스로 느꼈다.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는 계팔이일지라도 자신을 축하해주러온 그에게 술한잔하고가라는 말 한마디 못한채 돌려보낸 자신의 마음이 편치 않음을. 그리고 그 불편한 마음의 이유를 찾고 나름대로 해결한다. 아무도 계팔을 좋아하지 않고, 계팔도 모두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을 알지만 계팔은 별수없이 계팔인채로 살아간다. 그것은 옳은 삶이 아니라고 계팔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얄미운 사람은 얄미운 사람인채로 살아갈뿐이다. 그리고 창만은 그런 계팔의 삶의 외로움을 보고, 그저 팔을 벌려 안아줄밖에. 헌데 그것은 타인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한다기보다 창만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차렸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측은지심, 뭐 그런 말이 떠오른다. 누군가를 혹은 어떤 것을 가여워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창만은 자신도 괴로운 그 심정을 그냥 지나치거나 묻어버리지 않는다. 물론 사람마다 표현법이 다를 수 있지만 창만은 자신의 그러한 이웃과 함께 부대낌으로써(무시하거나 방관하지않고 그렇다고 억지 지극정성을 들이지 않으며, 함께 간다) 자신의 마음도 챙겨간다.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보니, 보다 건강한 반응을 할 수 있달까.

 

 

 

 

 

#2

유나를 좋아하는 창만이는 유나가 소매치기를 그만두고 다른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하지만 유나의 삶은 소매치기뿐아니라 어둠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과 엮여있다. 차츰 그런 유나의 삶을 알아가는 창만은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그녀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한다.

어느날, 미선은 누군가에게 실컷 두들겨 맞고 들어온다. 부잣집 유부남을 만나며 돈을 뜯어냈던 미선은 호스트바에서 우연히 알게 된 민규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민규는 그런 미선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다. 이에 유나는 미선이 대신 민규를 혼내주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창만은 그런 위험한 일을 하려는 유나를 가만둘수 없다. 해서 유나 대신 창만이 민규를 혼내준다. 처음엔 봉반장과 함께 법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자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다. 창만은 민규의 오피스텔 주차장에 숨어있다 나오는 그를 실컷 때려준다. 창만에게 맞으며 주차장 밖으로 도망친 민규는 지쳐 누워버린다. 그리고 그 옆에 누운 창만. 그리고 창만은 이내 울기 시작한다.

 

 

 

 

 

 

"왜 우세요?"

"나한테 맞은 니가 너무 불쌍해서 운다, 왜. 너 때린 내가 너무 비참해서 운다, 왜.

이 세상이 슬퍼서 운다, 왜"

 

 

 

창만이는 이성과 논리로는 설명할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한 유나의 '거리'에서 오열한다. 아니, 진짜 나쁜 놈 패준건데 그게 그렇게 울일이었을까, 아니면 법없이도 살 창만이 스스로의 손으로 누군가를 패주는 일에 연민이나 수치심을 느껴서였을까. 민규가 불쌍하고 자신이 비참한 마음도 있었지만, 창만은 나쁜놈인 민규의 '거리'와 민규에게 맞은 미선의 '거리'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그런 세계가 진심으로 슬펐을 것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밖에 살수없나, 그게 너무 슬퍼서, 그런 마음으로 울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정말 사랑하게 된 유나의 '거리'에 들어섰지만, 그 거리에는 유나의 삶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거리'에는 유나와 관계한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펼쳐지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관계는, 그러니까 A와 B가 서로 만나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면, A의 사람들과 B의 사람들도 서로 줄줄이 이어지게 된다. 사람들뿐아니라 동식물을 비롯해 취향과 취미같은 것들도 줄줄이 이어지겠지. 그렇게 하나의 관계를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관계에 창만이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기준으로 차근차근 쌓아간다. 무엇을 쌓아가냐고? 자신과 또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래서 창만이에 대해 말하려면 창만이 옆에 있는, 같이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모두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그부분에서 놀랐다. 와. 엄청나게 멋있다, 라고 나도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다. 누군가에 대해 말하려면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해야한다는 사실!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었기에 별수없이 이웃집 수저개수도 다 알았던 시절엔 당연한 얘기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늘어가는 것 같다. 그저 자신을 설명하는 데에 자신이 겪은 빛나는 경험들과 능력같은 것들이 주가 되는 젊은이들의 자소서가, 그래서 때로 슬프다. 아무튼 21회에 나온 창만이 우는 모습에 나도 참 가슴이 먹먹했더란다, 흠.

 

 

 

 

 

#3

그런데 이 남자가 또 운다. 창만은 유나가 소매치기를 그만두게 하려고, 또 유나의 어린시절이야기가 마음 아파 헤어진 엄마를 찾아주기로 한다. 소매치기의 대부라 불리는 유나의 아버지, 강복천에게 속아 결혼했던 유나엄마는 결혼후 얼마안되 감옥에 들어간 유나아버지와 이혼한다. 그리고 유나는 엄마없이, 엄마가 끔찍하게 싫어했던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것은 엄마에 대한 일종의 복수라고 유나는 말했다. 창만은 봉반장과 협력하여 유나의 엄마를 찾았다. 유나의 엄마는 대기업 사모님이 되있었다. 유나와 유나엄마는 처음엔 서로 맞지 않는 듯 보였지만, 서로를 점차 알아가게 되자 마음을 연다. 그리고 유나는 엄마가 보내는 도움의 손길을 받기시작한다. 30평이 넘는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고 연비가 좋은 신차도 생겼다. 유나는, 홍여사말대로, 강데렐라가 된 것. 창만은 그런 유나에게 뭔가 알수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그리고 어렸을 때 길들였던 야생 황조롱이를 다시 풀어줬던 것처럼, 유나를 떠나보내기로 맘먹는다.

 

 

 

 

(하지만 그런 마음뒤로 또 눈물이 난다. 그렇게 울면서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차에 탄 유나가 빵,하고 클락션을 울린다.)

 

 

 

창만이는 극중에서 딱 두번 운다. 민규를 패주고 한번, 그리고 유나를 떠나보내기로 하고 또 한번. 창만이는 왜 울었을까? 사랑하지만 떠나보내야하는 마음때문이었을까. 강데렐라가 된 유나와 콜라텍지배인인 자신은 어울리지 않다는 그런, 전혀 창만스럽지 않은 생각을 했던 걸까. 46회에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칠쟁이 변씨는 새벽에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눈탱이밤탱이가 된 창만과 마주친다. 한사장의 딸 다영이가 창만이를 좋아하는데, 창만이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딸바보 한사장이 창만을 한대 때려준것. 이걸로 창만의 지배인생활도 끝이나고 있었다. 변씨는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집에 밴댕이사장이 와있다는 아내의 얘기에 못들어가고 삼각김밥을 사와 먹으려던 참이었다. 변씨가 마약하던 전남편으로부터 아내혜숙을 데리고 야반도주한 사실을 알게 된 밴댕이 사장은 변씨를 '밤기차'라고 계속 비아냥거렸다. 이에 열받은 변씨는 밴댕이 사장을 한대 패줬고, 망신당했다고 생각한 건달출신 밴댕이 사장은, 자신이 한대맞았으니 열대를 때려야 용서가 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건 좀 심했다."

"그치? 심했지? 세상살다 보면 진짜 심한일 많아. 남생각 안해주고 다 자기밖에 몰라... 창만이 너만 빼놓고."

"아니에요. 저도 똑같애요. 저밖에 몰라요. 진심으로 남이 잘되길 바라고 남의 행복을 빌어주질 못해요. 그래서 이렇게 양심이 괴로운 거에요."

"...나 무슨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눈탱이 맞어도 싸다는 얘깁니다."

 

 

 

 

 

그랬다. 창만이는 부자 엄마를 만나 행복해진 유나를 놔주기로 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계속 괴로움속에 있었다. 유나를 떠나보내려는 이유가 사랑하는 유나를 위해서라기보다 강데렐라가 된 유나와 비교하여 찌질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괴로움이었기때문이다. 창만은 진심으로 유나의 행복을 빌어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렸다. 일종의 메타인지같은 것.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보는 것도, 또 찌질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가졌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느 노래가사처럼 '내모습에 내가 질리'는 그런 날들이 있지 않나. 하지만 그것을 알았다한들 그런 마음으로 유나 옆에 있는 건 더 좋은일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창만이는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슬프고 괴롭지만 그저 그대로 흘러갈밖에.

그러나 엄마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함으로써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진다는 걸 알게 된 유나 역시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로 한다. 엄마를 만나 아파트도, 차도 모두 반납하고 돌아온 유나. 창만이는 그런 유나의 소식을 듣고 유나를 찾는다. 처음 서로의 마음을 나눴던 공원에 있던 유나는 창만에게 보고싶다며 얼른 오라고 전화한다.

 

 

 

 

 

(눈빛만 봐도 알수있다. "왜그랬어 바보야" "나 엄마랑 안살래, 창만씨 옆에 있고싶어."

떠나보내려했지만 창만의 품으로 돌아온 유나. 유나를 향한 일편단심 지고지순한 창만의 사랑이 맺은 결실이라고 볼 수 있을까.)

 

 

 

 

3

극초반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이었던 창만이는 시험준비를 그만둔다. 연금문제등 더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매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 그리고 콜라텍지배인도 그만둔다. 그러면 창만이는 이제 뭘하고 살까? 그건 작가가 사회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일종의 판타지로 마무리된다. 유나엄마의 남편, 그러니까 대기업회장인 유나의 의붓아버지에 눈에 들어 독거노인등 사회약자를 위한 도시락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의 총괄팀장이 된것. 흠 나는 결말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50회 이야기동안 맘에 와닿고, 짠하고, 웃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고 결말은 작가가 전하고 싶은 걸 전하는 거니까, 하고 생각했다. 어쨌든 창만이는 그렇게,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결말이라고 여겼을, 출세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창만이의 진짜 인생목표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유나와 결혼할 생각이 있냐는 유나엄마의 질문에 창만은 그렇게 답했다. 극에선 표현되지 않고 끝났지만 아마 창만은 인생목표를 이뤘으리라. 창만은 어두운 거리에 있던 유나와 함께 이제 그 거리에 남겨진 사람들을 걱정하고, 돕기로 한다. 마지막도 데이트중에 만난 어떤 소매치기를 잡으로 뛰어가는 것으로 끝난다. 아, 아름다운 결말. -그러나 나에게는 왠지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 결말이었다. 탄ㅡ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