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 방/공책 29

정기용을 읽다1: <사람·건축·도시>

발단은 그랬다. 2016년 여울이도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고 나는 어떤 공부를 다시 시작할까. 그때 우리는 월선리에 있는, 언젠가 들어가 살 그 시골집을 걱정하고 있었고 쌩쌩은 내게, 니가 공부해서 직접 짓는 건 어때, 라고 낚싯줄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물었던 것이다. 건축가! 다음 생에 태어나면 되고 싶은 거, 라고 언젠가 한번 쌩쌩에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그러다 정재은 감독의 다큐 을 보고 건축가 정기용선생님에게 반했다. 다큐 속에서 그려지는 정기용선생님의 건축 그리고 사람에 대한 열정, 집념같은 것들에 마음을 뺏겼다. 1 사람·건축·도시 정기용선생님이 쓰신 글들중에 사람, 건축, 도시라는 커다란 세 주제에 묶이는 글들을 엮어 낸 두꺼운 책이다. 쭈욱 읽어내려가다보면 선생님..

잔잔 방/공책 2016.06.24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과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내마음의 건축 上·下>

tvn에서 방영중인 노작가의 를 재밌게 보고 있다. 아직 두번밖에 안했지만. 주로 주변부 인물로 등장했던 노년기의 인물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어 꼰대들의 이야기, 황혼찬가, 시니어벤져스 등의 수식어가 붙어있다. 내 삶에서도 관심있는 주제이기에 흥미롭다. 드라마를 보다 문득 작년에 읽고 메모해둔 두 작가와 책이 떠올랐다. 분야는 다르지만 두 분을 읽고 나도 이렇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온 것들을 그려보며 맺음하는 노년기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더란다. 먼저 첫번째는 오에 겐자부로(1935~)의 이다. 이 책의 부제는 이렇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저도 그런 시기가 코 앞으로 다가온 노작가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독서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간은, 제가 읽어온 책에게도 ..

잔잔 방/공책 2016.05.19

연환화 342점 <그림전기 루쉰> 왕시룽, 뤄시셴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코너에 있길래 뽑아봤다. 표지에 있는 그림체가 맘에 들었다. 그림전기라니. 내가 살면서 가장 여러번 읽은 책을 쓴 루쉰(1881.9-1936.10)의 그림전기라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큐정전은 내가 살면서 가장 여러번 읽은 책이다. 친구들과 연극을 하려고 아큐정전을 계속 읽으면서 대본을 만들었다. 세미나를 통해서 연극작업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후로도 극단을 꾸려서 세번 정도 공연을 했다. 어째서 아큐정전이었는지는 안타깝게도, 머리를 쥐어짜봐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아큐정전이었고 아큐정전을 계속해서 읽었다. 그러니까 내가 고른 책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책이었다. 우연히 주어진 책이 내 삶에 기나긴 시간동안 꽤 많은양의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느끼니 새삼 놀랍다. 페이지를..

잔잔 방/공책 2016.03.29

<맨스플레인: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레베카 솔닛의 발견

성평등강사단 교육을 받고 온 쌩쌩이 도서관에서 페미니즘관련 책들을 많이 빌려온다. 그중에 얇은 책 하나를 골라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가 여기저기 쓴 아홉개의 글이 묶여 있는 책이었는데, 그 중에 첫번째 글이 책 전체의 제목이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는 제목의 글. 이 글에서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밑거름이 되었다고. 맨스플레인은 맨MAN과 익스플레인EXPLAIN의 합성언데, 설명하는 남자, 설명남 그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하면, 맨스플레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꼰대, 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났다. 꼰대라는 말은 내게, 어원을 잘 모르는 이상한 느낌의 단어라 거의 쓴적이 없는 말이다. 하지만 꼰대, 라는 말의 이미지도 역시 맨이다. 주로 올드맨 . 어..

잔잔 방/공책 2015.08.09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나카자와 신이치 - 중요한 백업-

留Ž 수정을 하고 저장을 하는데 저 하나의 한자를 남겨두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순간 백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서웠습니다. 티스토리에 문의를 했더니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복원이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저 한문의 뜻을 찾아보니, 1. 머무르다 2. 정지하다 3. 뒤지다 4. 지체하다, 더디다 5. 늦다 6. 붙잡다, 만류하다 7. 억류하다 8. 죽이다 9. 다스리다 10. 기다리다 11. 오래다, 장구하다 12. 혹, 종양 13. 별 이름 백업하세요. 아무래도 더디다. 지체하다.. 머 이렇게 말을 하고 글 전체가 사라져버린듯 합니다. 아무래도 저장하면서 한참 지체되더니 저 하나의 한자를 나두고 사라져버렸으니.. 논밭이 있으면 그곳에 머물러서 경작한다에서 한자를 해석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뜻을 지..

잔잔 방/공책 2015.07.20

<조관희 교수의 중국사 강의>

작년에 남경태선생님의 를 재밌게 읽고 중국사를 다시 읽어보려고 도서관에 갔다가 찾아온 책. 예전에는 잘몰랐는데 요즘엔 역사책이 참 재밌다. 특별히 중국사는 고대신화부터 현대사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려고 한다. 한문공부를 계속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이 책의 자매편인 도 빌려와 보고 있다. 이 책이 소소하게 재밌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인물이나 지명을 중국식발음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숙한 공자대신 쿵쯔라고 쓰여있는데 괜시리 공자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발음이랄까, 피식하면서 웃음도 나고. 검색하다 보게 된 글 한 토막 조관희 교장선생님은 현재 상명대 중국어문학과 교수입니다. 전공이 중국의 고대소설 연구이지만(한국중국소설학회 회장 역임), 오히려 중국 여행 전문가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여행을 ..

잔잔 방/공책 2015.01.14

<시간의 향기: 머무름의 기술> 한병철

필사하면서 생각해보려고 도서관 책 계속 빌리고 빌리고 또 빌려서 집에 두기만 하다 결국. 예전에 중국에서는 향인이라 불리는 향시계가 있었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읽기 시작했다. 는 읽다가 말았는데, 연작느낌이다. 자신이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을 분석하고 문제를 찾고 해결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하는 것. 아무튼 나는 "시간"이라는 주제를 마음에 담았다. 시간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아, 그리고 얼마전에 봤던 영화 도 이 책과 생각을 같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루시가 인간, 존재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내뱉던 장면. 영화의 그 장면과 이 책이 연결되면서 시간이 곧 존재라는 시간에 대한 강렬한 하나의 이야기에 꽂혀버렸다. - "혁명Revolution"이라는 개념..

잔잔 방/공책 2014.11.02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과연

제목은 별로였다. 몰락선진국이라는 말도, 옳다는 말도 별로. 그런데 책 속에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쿠바에 대해서는 사실, 느긋한 사람들, 음악이 나오면 거리에서건 어디서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일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커피향좋은 나라랄까, 그런 낭만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쿠바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다. 일단은 책에서 재밌었던 부분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옮겨두었다. 쿠바역사관련 책을 읽으면 다시 정리해서 라디오에 글을 올려야지. 2 비바람을 견뎌내는 집을 만들다 ●영화 , 가 상영된 적도 있어서인지 쿠바가 주목받고 있다. 41 ●주택문제에 열중하는 NGO인 해비타트 쿠바의 건축가 테레사..

잔잔 방/공책 2014.07.10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이 책에는 마을만들기 사업이라든가, 지역활동이라든가 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내공을 가진 일곱명이 네 번의 만남을 통해 나눈 이야기와 글들이 엮여있다. 처음에 몇번은 조금씩 힐끔거리다 엊그제는 하루종일 손에 쥐고 밤늦게까지 계속 읽어나갔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덮고서는 쌩쌩에게, 우리 뭔가 해보자, 라고 했다. 내가 여기에 살고있음으로 인해 이곳이 좀 더 나은 곳이 되도록 하는 일들을 찾아보자고 말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살면서 어떤 문제들을 만났을때 도망가거나 회피하지 말고 해결해보려는 시도를 해보자는 거다. 그 과정들을 겪어보는 것! 예를 들어, 내가 어제 이음이와 집앞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손을 씻으려는데 거기에 있는 수도의 꼭지가 없어져 물을 틀 수가 없었..

잔잔 방/공책 201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