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방법이지만 글을 쓰는 방법으로서 유용하게 활용하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해 히가시노 게이고(추리소설작가)와 이름이 비슷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골랐다. 김연수 작가가 결괴라는 책을 추천했다는데 언제 한번 읽어 봐야겠다. 이 책에서 기초 편으로 동물을 이해하는 4가지 사항과 접목해 소설 감상법으로 변용한다.
1. 메카니즘
무대 설정, 등장인물의 숫자. 그 배치와 들어오고 나가기, 줄거리의 전개, 문체 등의 소설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왜 이 소설은 왜 재밌지? 아니면 왜 뭐가 뭔지 모르겠지?라고 소설 감상하기.
4가지 질문 이외에 뒷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소설이 지닌 진행의 '화살표'는 이 항목에 넣어 본다.
소설은 주어와 술어의 관계로 이루어진 무수한 작은 화살표로 이루어져 있다. '은, 는' 같은 격조사에 의해 '주어'로 선택된 단어는 '궁극의 술어'(거대한 화살표-주제)을 찾기 위해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 '주어'의 '술어'는 딱 구분할 수는 없지만 플롯에 있어 주어에 관한 정보를 채워 넣는 '주어 충전형 술어' , 플롯이 술어에 의해 한걸음 전진하는 '플롯 전진형 술어'로 구분할 수 있다. 이야기 전개가 늦는 소설은 '주어 충전형 술어'가 많고 관념적일 수가 있는 반면에 이야기 전개가 빠른 소설은 '플롯 전진형 술어'가 많다.
참고로 아름다운 풍경 묘사는 플롯의 전진을 잠시 잊고 머물고 싶다고 느낌을 갖게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장면 전개가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는 답답한 마음이 들게 할 수도 있다. 반면 플롯 전진형 술어에 치우치면 등장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상세하게 그려내기가 어렵다.
실천 편
폴 오스터 '유령'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색깔이다. 이 작은 아이디어가 읽어 볼수록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사소한 행동이 플롯을 전진시키지만 그 사소한 행동이 내면이나 인물상을 재구성하여 주어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읽어나갈수록 등장인물의 사소한 행동들로 점점 내면이 명확해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고 있다.
2. 발달
작가의 인생에서 어떤 타이밍에 이 작품이 나왔는가 하는 점을 생각하며 소설 감상하기.
실천 편
폴 오스터는 젊은 시절에 멕시코의 석유회사에 근무했다거나 파리에서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자아 찾기'를 위한 방황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3. 진화
사회의 역사, 문학의 역사 속에서 그 소설이 어떤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지 파악하며 소설 감상하기.
실천 편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중 유령은 1980년대에 미국 문단에 등장해 이른바 포스트모던 문학으로 분류돼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다.(근대소설에서는 작가가 묘사한 등장인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았지만, 현대소설에서는 작가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을 뿐, 전혀 다른 인간 일 수 있다는 의식을 독자들에게 촉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4. 기능
한 편의 소설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갖게 되는 의미 즉,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호응하면서 소설 감상하기
단순하게 보여 주는 것이 미스터리, 공포소설, 연애소설 등 장르 구분이다.
실천 편
폴 오스터의 등장인물 블루는 블랙의 존재 자체를 견딜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블랙을 지켜보면서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그의 이미지에 시달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블랙이라는 고유명사를 채워나가는 술어가 오로지 블루라는 인물이 자의적으로 생각한 말들로 이루어진다. 아무리 언어를 쌓아 올려도 결코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와는 정확히 합치되지 않는다. 유령들은 나와 나 자신 간의 관계 그리고 당신과의 관계 간극을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해낸 소설이다.
이 글은 거의 대부분 책을 요약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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