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지에 차곡차곡 자신만의 명언 컬렉션이나 감정을 추스리기 위해 되뇌는 마법 주문 문장들을 쌓는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카드 뉴스 같은 형태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예전에 우리 집에는 행복해 지기 위해 해야 할 말이라는 형태로, 하나 둘 적혀 있는 글을 액자로 걸어 두었다.
우리는 그 문장들에 의탁해 하루하루를 지내기도 한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어떤 상황에 따라 하나의 문장을 붙들고 하루를 지나간다. 어떤 책을 읽고 나서는 그 책의 핵심 문장으로 풀어 가슴에 품고 몇 날 며칠을 되뇐다. 그러다 보면 나를 설명하는 수많은 문장들이 쌓이고, 그 문장은 내 신체에 깃든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문장은 '평온을 겨누며 달려라'이다. 스무 살 초입,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늦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대학 생활도 그냥저냥 지내면서, 전공과목인 전자과는 저리 밀쳐 두고, 영문과 수업을 들으러 다니기도 하면서, 방황을 했다.
그러다 만난 위 문장은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에 나오는 에크하르트의 말이다. 지금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떤 의미로 저 문장을 가슴에 품고 한참 지냈었는지 말이다. 평온을 겨눈다. 그러면서 달린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바라보면서, 소유하려 들지 않으면서, 평온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모습인가.
한 번은 전혜린에 빠져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 감정을 온전히 내 것인 양 받아들이고, 그래 평범하게 살지 말자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번역한, 그녀가 관심을 가졌던 모든 글들을 섭렵하고, 또 문장들을 쌓아 갔다. 엄청난 편파적인 사랑이었지만,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은 잊을 수가 없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하루키의 에세이집 제목이다. 욜로가 뜨고, 소확행이 뜨더니, 지금은 파이어가 유행이지만, 소확행이 왠지 마음이 간다. 다 각자 다를 수도 있는 행복을 추구한다. 우리의 행복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자신의 행복인양 착각하기도 한다. 욜로도 소확행도 파이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도 타인의 욕망을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옷인양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문장)들을 만들어 간다. 왠지 저 욕망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욕망이다. 사실 근거는 없지만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자. 나는 기질적으로, 생활환경의 영향으로 소확행을 선택 한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첫 문장인 '평온을 겨누며 달려라'가 여기까지 끌고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야기 중독자이다. 어느 것 하나 내 안에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각자는 삶의 주인공이다. 이야기를 써 나가야 한다. 죽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살아간다. 그 이야기는 상상 하기 나름이다. 끊임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섭취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오늘 하루도 나는 수많은 마법 주문들을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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