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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 스승의 말씀을 전하다.(개교기념일 연사)

쌩쌩 2024. 6. 20. 09:02

이음 여울 아빠입니다. 첫 번째 연사 자리군요.

 

연사는 연설하는 사람입니다.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들어보셨을가요?

 

연사나 축사 같은 경우, 듣는 게 고역인 경우가 많죠. 고역이라 함은.. 고통스러운.. 안 듣게 되는.. 그런 상황인거죠.. 개교기념일을 맞아 아마도 거의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기 때문 일겁니다.

 

우리는 대화 중에 말하는 사람이 알 것 같은 이야기를 하면, '알았어. 알았어' 라고 말하면서 대화를 중단시키기도 하죠. 그런데 알 것 같은 이야기를 제가 계속 한다면 귀는 열려 있는지라 듣는게 고역일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자리에서 하는 이야기가 고역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너무 뻔한 소리가 아닌... 마음을 다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그나마 여러분들이 듣는데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마음을 다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습니다.

 

말이라는 것에 정확하게 그 감정과 생각을 담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좋기도 한데 싫기도 하는 그런 상황도 있고, 입에서 말이 멤도는데 그 말이 정확한 나의 감정을 담은 것이 아닌듯한 느낌도 들고, 그럴 때 있잖아요...그러다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해 보겠습니다.

 

제가 여기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 학교가 있어 참 좋다.’입니다... 벌써 뻔한가요???

 

왜 좋은지는 저의 약간의 과거와 저 혼자 마음으로 모시는 스승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엮어 보겠습니다.

 

저는 이음이가 태어났을 무렵 공동육아협동조합 재미난 방과후 학교 교사로 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 같은 또래들을 데리고 마당 있는 집을 빌려 학교가 끝난 후에 함께 생활하는 곳이었죠.

 

공동육아협동조합 재미난 방과후 학교..

 

여기서 일단 공동육아라는 말이 어렵죠.. 협동조합도 어렵죠..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학교란 말도 쉽게 설명 하기가 어렵죠.. 설명하다 보면 그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 학교란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다라고만 하면, 많이 부족하죠. 아마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아무튼 설명하기 시작하면 어렵습니다.

 

아까 말한 공동육아라는 말도 정말 다양하게 해석이 되었어요. 누구는 이런 게 공동육아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누구는 이런게 공동육아다. 하면서 엄청 싸우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때 당시 저도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도대체 공동육아란 무엇인가.. 하고요..

 

그러다가 우치다 타츠루라는 스승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마 선생님들 중에 아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제가 처음 발견했다고 자부하면서 나만의 스승이라 칭하며 살아 왔었는데.. 이제는 모든이에게 회자되는 선생님이시죠.. 어쨌든.

 

공부를 꾸준히 하다 보니, 수많은 책에서 공동육아란 이런 것이다라고 답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동육아란 니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요..

 

어떤 답을 제시 하는 것과

너가 생각하는 그 답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 까요?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공동육아란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 같은 겁니다.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 만들면서 만들어 갈 수 있을 뿐,

아주 조그마한 질서를 만들면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라고요.

 

다른 말로 바꾸면 ‘배움은 끝이 없다’ 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답을 내린다기 보다는 함께 만들어 가는 거구나 하고요.

 

여기서 저에게 있어 이 학교가 왜 좋은지 나옵니다...

 

이 학교는 수수께끼 투성이입니다.

 

혁신학교라 불리지만 수수께끼에 둘러 쌓여져 있습니다.

 

어떻게 혁신학교를 만들어 나갈지 고민하시는 우리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갈등이 있습니다. 또 차이가 있고 그러다 보니 수수께끼가 넘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우리 학교를 무지개 학교라고 불렀죠.. 왜 무지개 학교 였을까요? 여기에도 어떤 수수께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들이 학교를 오면 여러 수수께끼 속에서 고민하고, 자신만이 발견 할 수 있는 배움을 얻을 꺼라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어떤 배움이 있을지 모르는 날이죠.

 

오늘 제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겠죠? 그것도 좋습니다.

오늘 저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한 걸까? 그걸 오늘의 수수께끼로 가져가도 좋을 것 같네요.

 

또 이렇게 맞이한 개교기념일을 축하합니다.